대만 독립파 인사들은 중국을 방문 중인 제1야당 국민당의 롄잔(連戰) 주석을 '역사의 죄인'으로 규정하고 그가 귀국하는 오는 5월 2일 공항에서 제2차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29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우리페이(吳澧培) 대만 총통부 자문은 롄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끝난 후 "중국에 가서 오로지 대만 비판만 하고 중국에 아첨만 한 롄잔은 국제 언론을 오도하고 국내 불안을 조장한 역사의 죄인이 됐다"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국제 언론 매체들이 운집한 자리에서 롄잔이 대만 국민의 소리를 중국에 전하고 최소한 반국가분열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은 오는 30일부터 3일 간 '국가의 절박한 위기에 맞서자! 온 국민이 함께 롄잔-쑹추위(宋楚瑜)가 중국 공산당과 연합해 대만을 매국하는 행동을 저지하자'라는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리 전 총통은 "야당 주석들의 잇단 중국 방문은 대만 주권에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민주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2천300만 대만 국민은 맹목적인 중국 열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권 민진당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롄잔의 출국 전 '하나의 중국을 전제'로 한 '92공식(共識)'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는데도 롄잔은 92공식을 언급했다"면서 "국내 여야 대치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진당 궈정량 의원은 "롄잔은 대만 독립을 반대할 수 있지만 중국과 합세해 대만 독립 세력을 억제해선 안된다"며 "이는 공공연히 외국의 적대세력과 연합해 국내의 경쟁자를 제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롄 주석은 후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1992년 대만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 구전푸(辜振甫) 회장과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系協會) 왕다오한(王道涵) 회장이 어렵게 마련한 '하나의 중국을 각기 서술하자'는 양안 관계의 기초가 왜곡돼 아쉽지만 국민당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혀 '92공식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대 연설에서 "대만에서는 나의 중국 방문이 '공산당과 연합해 대만을 제압하려는 것(聯共制臺)'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차라리 대만 뒤에 독립을 붙이는 것(聯共制臺獨)이 더 맞는 표현"이라며 대만 독립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민당은 대만 대륙위원회가 "롄-후 회담이 양안 간 긴장을 완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방문 의미를 평가 절하한 데 대해 "정부가 국민당을 시기해서 나온 것"이라며 반박했다. 대만 언론 매체들은 롄 주석과 후 주석의 회동 상황 및 롄 주석의 베이징대 연설 등 모든 중국 방문 일정을 연일 생중계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필수연 통신원 abbey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