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크게 둔화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의 한쪽 날개인 수출을 위축시키고 통상 압력의 강화 등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여파와 환율 불안에 이은 미국의 급속한 경기둔화는 우리경제의 미미한 경기회복 불씨마저 꺼트릴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경기 큰폭 둔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전분기 3.8%보다 0.7%포인트나 낮은 3.1%에 그쳤다.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둔화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상이었지만 유가의 고공행진 등으로 성장둔화폭이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미 경기가 소프트패치(경기 확장 국면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경기침체) 국면이 아니라 완전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수석연구원은 "최근 소비 심리 위축 등 지표가 악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낮게 나올 것으로 봤지만 그래도 3.5%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대했다"며 "둔화의 속도가 빠르고 폭도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 악영향 불가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의 경기 둔화로 수입 수요가 줄어들면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소비는 회복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살아나더라도 완만하게 늘어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의 수출이 줄게 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5%대 경제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당장은 아니겠지만 미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원가절감, 수출선 다변화 등을 통해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올해는 수출이 어느 정도 지탱해줘야 한다"며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가 나쁜 시기에는 철강 등 전통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외 통상압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심각한 문제는 내년 미국의 IT 경기가 죽으면서 전체 수출의 40%대에 육박하는 우리의 IT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부분적으로는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더라도 일단은 아직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다. 무엇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수입 증가율은 14.7%로 전체적인 수입 수요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년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가 압력 등으로 잇단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금리 인상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 내년에는 미국 경기가 후퇴 국면으로 진입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미국 경기는 지난해 활황에 따른 여열 효과로 올해까지는 확장 국면을 기록할 것"이라며 "문제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소비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