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태풍이 금융권에 본격 상륙했다. 미래에셋이 SK생명 인수의사를 밝힌 데 이어 SK증권의 인수자로 농협이 급부상하고 있다. 외환은행 LG카드의 매각작업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포함,현재 금융권에는 10여개 회사가 M&A 대상으로 떠올랐고 그 추정가격은 10조원을 넘는다. "금융산업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됐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 채권단이 추진해온 SK증권 매각과 관련,농협측이 강력한 인수의사를 표명해와 최근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농협측과 SK증권의 매각을 놓고 가격 등 구체적 사항을 논의 중"이라며 "농협의 증권업 진출 의지가 워낙 강해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은 이전에도 3~4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 규모에서 국민은행에 이어 금융권 2위(1백27조원)인 농협의 SK증권 인수가 성사되면 증권산업의 '은행 종속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권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을 비롯 굿모닝신한증권 대한투자증권(하나은행으로 매각예정) 등 대형 증권사의 절반 가량이 은행으로 넘어갔다. 이 같은 상황은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매각이 거론되는 중소형 증권사만 10여개에 달하고 이중 5개 정도는 매각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올 하반기 중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외환은행과 LG카드의 M&A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도 '빅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지분보유 의무기간은 올 10월 말로 끝난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외환은행의 매각이 시작되면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외에 농협 우리금융 등도 외환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인 LG카드도 하반기부터 주인찾기 작업에 나선다. 올 1분기 중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씨티은행 HSBC 우리금융 농협 하나은행 등이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 매각도 금융계에 M&A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시한은 오는 2007년 3월이지만 정부는 연내에 지분 5%를 블록세일로 매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5%의 지분은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으로 매각할 예정이어서 올해 총 20%의 지분이 매물로 나온다. 이와 관련,가장 주목되는 것은 칸사스 자산운용,보고펀드 등 최근 설립된 사모투자펀드(PEF)의 움직임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에는 PEF들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의 M&A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산업,나아가 금융산업의 역사는 합병의 역사나 마찬가지"라면서 "M&A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금융회사 간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