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ㆍ위성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주된 방송분야가 아닌 분야에 주력,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케이블ㆍ위성방송 업계에 따르면 영화전문채널로 등록한 PP가 야구나 격투기를 중계하고 다큐멘터리 전문 PP가 골프중계를 방송하며 일반 PP들도 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올해 하반기에 보도전문편성채널 등 전반적인 PP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복수PP인 온미디어의 영화전문채널 수퍼액션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국내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엑스포츠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 다음달부터 메이저리그를 생중계한다. 이로써 수퍼액션은 메이저리그와 미국 프로농구(NBA), 미국 프로레슬링(TNA) 등 영화와 전혀 관계 없는 미국의 프로 스포츠 중계가 주력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또 다른 복수PP인 CJ미디어의 영화전문채널 XTM도 영화보다는 사실상 프로 스포츠 중계가 주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XTM은 지난 12일 미국 프로레슬링 WWE와 3년간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체결해 '로(RAW)'와 '히트' 등을 독점 중계한다고 밝혔고 지난 19일에는 종합격투기인 '프라이드 그랑프리' 개막전을 독점 생중계했다. 이밖에 교양ㆍ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Q채널도 지난 21~24일 다큐멘터리와 무관한 골프대회 '조니워커 클래식'을 생중계했다. Q채널은 또 불륜의 현장을 찾아가는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치터스'를 다큐멘터리로 분류해 방송하고 있다. 이러한 PP들의 '부편성' 실태는 방송법 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와 방송법 시행령 5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편성 PP는 등록한 주된 방송분야의 프로그램을 80%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부편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정작 주된 방송분야의 콘텐츠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를 규정한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수퍼액션과 XTM이 확보한 미국 프로 스포츠 중계권의 계약금액에 대해 회사측은 공개를 거부했으나 업계에서는 영화전문 채널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출한 비용 가운데 미국 프로 스포츠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프로그램 수급문제 등에 따라 PP에게 전문분야 편성을 80% 이상 하도록 허용했으나 실제 PP들의 운영상태를 점검한 결과 전문편성 비율을 시간 외에 투자비용 등을 기준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하반기에 PP제도 개선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