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가짜로 추정되는 이중섭 그림 4백점을 갖고 있다고 지목한 '이중섭 50주기 기념 미발표작 전시준비위원회'의 김용수 회장(68?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25일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이중섭 소장품들은 지난 70년대 초 우연히 인사동의 한 고서방에서 한 묶음으로 된 것을 구입한 것"이라며 "감정협회에서 이 그림들을 마치 위조해 양산한 가짜 그림인 양 매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구입할 당시 나는 이중섭의 이름도 몰랐다"며 "갖고 있는 이중섭 그림도 4백점이 아니라 6백50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서만 10만권이 넘을 정도로 고서에 관심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중섭의 어떤 그림들을 갖고 있나. "유화 은지화 수채화 드로잉 등 다양하다. 점수로는 6백50여점이지만 A급 작품은 4백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얼마 주고 구입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 나는 중동에서 건설과 섬유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는데 부담이 전혀 안되는 금액이었던 것 같다. 박수근 그림과 함께 현재 은행에 보관 중이다." -그동안 왜 공개를 안했나. "할 이유가 없었다. 이중섭 화백 50주기를 맞아 3년 전부터 전시 준비에 들어갔다. 일본으로 건너가 이중섭을 다룬 평범사 서적뿐아니라 당시 우정국에서 나온 우표,이중섭의 지문까지 추적했다." -유족을 몇 번 만났나. "작품의 진위를 의뢰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두 번 만났다. 감정협회에서 유족측에 20~30점을 줬다고 주장하는데 터무니없는 얘기다. 50주기 기념전은 주최측인 SBS가 부담하는데 내가 유족에게 뭐하러 그림을 주는가." -화랑협회나 감정협회 같은 감정단체에 감정을 의뢰한 적이 있는가. "할 필요가 없어서 안했다. 이중섭 감정전문가들의 다수는 그동안 공개된 3백여점만 진짜고 새로 나오는 그림은 가짜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에게 감정을 맡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화백은 하루에 최소 1점 이상 그렸는데 어떻게 3백점만 진짜라고 얘기할 수 있나. 더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감정가가 어떻게 작가 위에 군림한다는 것인가." -그동안 작품을 판매한 적은 있나. "단 한 점도 없다.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소장하고 있는 그림 전부를 전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장품을 어떻게 할 것인지. "4백점 정도 되는 A급 그림들은 국가에 기증하는 방법 등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나머지 그림들은 덕망있는 미술계 인사들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