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경우 카드이용 계약 자체는 취소할 수 있지만 카드사용 대금은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20일 김모(22)씨 등 17명이 4개 카드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과 강모(22)씨 등 9명이 8개 카드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모두 "원고들이 카드사에 카드사용대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 미성년자임을 이유로 카드이용계약을 취소한다면 카드이용계약은 소급해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신용카드 이용계약에 근거한 카드사용대금 및 수수료 채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은 카드사에 카드사용대금과 수수료 등을 낼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이처럼 카드이용계약이 취소되는 것과 상관없이 원고들이 카드 가맹점과 체결한 물품 구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물품대금을 가맹점에 낼 의무는 있다"며 "원고들이 가맹점에 낼 대금을 카드사가 대신 냈으므로 원고들은 부당이득으로서 카드사용대금을 카드사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카드사들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카드 발급을 남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2년 6월 관련 법령을 고쳐 미성년자가 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법정대리인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으며 카드발급 당시 미성년자였던 원고들은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02년 4월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