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선종(善終)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18일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서 전세계 6개 대륙을 대표하는 추기경 1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전 세계 11억 가톨릭 인구를 새 시대로 인도할 교황을 뽑기 위한 위한 콘클라베가 열리기는 뉴밀레니엄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진홍색 예복 차림의 추기경들은 이날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 시스티나 성당에 입장해 교황 선출과 관련된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한 뒤 콘클라베에 들어갔다. 추기경들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성 베드로 성당에서 독일의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 집전으로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이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비밀서약 전반부는 공동으로, 후반부는 순서에 따라 각자 봉송한 뒤 콘클라베를 시작했다. 피에로 마리니 교황청 전례(典禮) 담당 대주교는 비밀서약 직후 추기경 이외 인사들은 성당에서 모두 나갈 것을 명령했다. 추기경들은 이날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 투표를 이날 시작할지, 아니면 19일 시작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황 선출 투표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은 오전과 오후 2차례씩 매일 4차례에 걸쳐 투표를 하며 다음 교황 후보를 압축해 나가게 된다.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콘클라베 참석자의 3분의 2인 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30차례의 투표에서도 차기 교황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새 교황이 언제 결정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20세기 들어 평균 콘클라베 개최 기간이 사흘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주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차기 교황 후보로는 라칭어 추기경과 이탈리아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 나이지리아의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브라질의 클라디오 우메스 추기경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1978년 콘클라베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것처럼 이번에도 의외의 인물이 교황으로 뽑힐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등 유럽 이외 지역에서 비유럽 출신 교황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으로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성당 종도 함께 울리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검은 연기를 피워 외부에 알리게 된다.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라칭어 추기경은 이날 콘클라베 시작에 앞서 집전한 미사에서 파벌과 이념, 자유주의, 무신론, 불가지론(不可知論), 상대주의(relativism), 등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의 강령에 바탕을 둔 분명한 믿음을 갖는 것은 원리주의로 분류되는 반면 자신을 내던져두고 `모든 가치의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상대주의가 오늘날의 기준에서 수용되는 유일한 자세인 것 같다"며 "우리는 어떤 것도 확실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자아와 욕망이 최고의 목표가 되는 상대주의 독재로 다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칭어 추기경의 이날 발언은 추기경들에게 교회의 절대적 진리를 수호할 수 있는 사람을 차기 교황으로 선출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시티 AP.AFP=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