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의 교황 선출회의가 시작됐으나 결과는 어쩌면 얼마간은 한 표를 행사하는 추기경 개개인의 철학적 우선과제와 종교적 확신, 혹은 일부 '킹 메이커'들의 설득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1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외부와 차단된 채 시스티나성당에서 베드로좌(座)를 승계할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절차 자체는 비밀이지만 사전 조율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LA 타임스는 이번 콘클라베가 보수와 진보로 가톨릭교회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이견이 뚜렷하고 11억 신자들 상당수가 다른 종교로 돌아서는 이반현상 속에 개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음에 주목했다. 신앙에 충실하려는 사제들이 충분치 않고 기존 신자들도 전 세계에서 다른 종교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교회의 가르침이 '소 귀에 경 읽기'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모든 신자들은 그들을 이끌어 갈 새 교황이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일지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초점을 모으는 후보는 강경파 교리수호자인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소심하지 않은 교회'를 옹호하고 그들의 어젠다는 극보수 단체로 추기경을 2명 확보한 가톨릭교회 성직자치단 '오푸스 데이(Opus Dei 하느님의 사업)'의 호감을 사고 있다. 라칭어의 경우 서유럽에 만연한 세속주의를 교회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는 인물로 콘클라베에 참여한 115명의 추기경 가운데 40-50표를 확보, 교황선출에 필요한 77표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유럽연합(EU) 회원국 확대 논란에서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EU가입을 반대하기도 했었다. 라칭어 추기경과 이탈리아주교회의 의장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74)을 포함한 그의 지지자들은 교황청의 중앙집권, 즉 강력한 쿠리아를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추기경들은 한층 민주적인 교회를 바라고 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교황청을 전담 취재중인 기자들, 즉 '바티카니스티' 일부는 라칭어 추기경 노선의 반대쪽에 서있는 후보로 예수회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78) 추기경이 상징적 인물로 진보적 진영에서 표를 얻고 있으나 중풍을 앓고 있어 교황 감은 아니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신문은 라칭어 추기경은 최근 그의 저서에서 세속주의 등 서유럽내 그리스도교문화를 위협하는 것들을 조목조목 지적했으나 다른 추기경들은 사회정의나 인권, 빈곤과의 전쟁, 세계화에 따른 황폐 등 다른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는 입장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 교구장 클라우디우 우메스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 장례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 "다음 교황은 그와 교회가 인류,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소외된 이들의 종임을 보여주는 인물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