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로마 가톨릭을 이끌어갈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가 18일 특별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투표권을 가진 전세계 추기경 117명 중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 2명을 제외한 115명의 추기경들이 참석중이며, 이들은 17일부터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산타 마르타 호텔에 투숙했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본격 개막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의 집전으로 아침 특별미사를 봉헌했다. 추기경들은 이어 휴식시간 등을 가진 뒤 콘클라베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30분)부터 교황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콘클라베 첫날인 18일에는 한차례 첫 투표를 하고, 첫 투표에서 선출에 실패할 경우 다음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2차례씩 매일 4차례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65대 새 교황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콘클라베 참석자의 3분의 2인 77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30차례의 투표에도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에는 다수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거쳐 새 교황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차기 교황 후보로는 독일 출신의 라칭어 추기경과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 나이지리아 출신의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 브라질 출신의 클라디오 우메스 추기경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라칭어 추기경이 콘클라베 시작 하루를 앞두고 나치 전력 논란에 휘말려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국가 등 비유럽권에서 비유럽 출신 교황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115명의 추기경의 출신지는 유럽 58명, 중남미 20명, 북미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0명, 오세아니아 2명 등이다. 하지만 지난 1978년 콘클라베에서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것처럼 이번에도 의외의 인물이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좌파 성향 신문인 라 레푸블리카는 18일 추기경들이 보수적인 라칭어 추기경쪽과 진보적인 마르티니 추기경쪽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콘클라베가 열리는 교회: 라칭어 추기경이 유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점치며 라칭어 추기경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새 교황이 확정되면 투표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게 된다. 또 이번 콘클라베부터는 성당의 종도 함께 울리게 된다. 새 교황이 언제 결정될 수 있을지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20세기 들어 평균 소요 기간은 사흘이었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당시에는 사흘에 걸쳐 8차례의 투표가 이뤄졌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대부분의 바티칸 관측통들이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20일이나 늦어도 21일에 피어오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