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EO 힘못쓴다 ‥ 이사회·회계법인 경영감시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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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해왔던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이사회나 회계법인 등 이른바 '감시자'들의 힘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5일자)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제까지 이사회와 회계법인들은 CEO를 지원하며 원만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나,최근 들어 기업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직접 책임을 지게 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CEO에 대한 견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보험사 AIG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재보험사인 제너럴리에 '한정재보험'을 들면서 이면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사회는 행크 그린버그 회장에게 즉각 사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지난 40년 간 AIG에서 전권을 행사했던 그린버그는 "보험의 '보'자도 모르는 사람이 이사회에 앉아있다"고 맹비난했지만 사외이사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CEO와 회장직을 모두 사임했다.
또 보잉의 해리 스톤사이퍼,HP의 칼리 피오리나,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페니메의 프랭클린 레인스 등 이른바 '스타 CEO'들도 이사회의 결정으로 최근 줄줄이 물러났다.
잭 웰치 전 GE회장이나 로버트 고이주에타 전 코카콜라 회장은 후계자까지 직접 낙점할 만큼 권한이 강했지만,지금 CEO들은 제 앞가림도 급급한 상황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회계법인들도 감사대상 기업이 자료를 감추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회계감사 거부를 선언하며 CEO를 압박하고 있다.
회계법인인 딜로이트는 전자제품 업체인 몰렉스의 CEO가 순이익의 1% 규모인 회계상 오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감사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다른 회계법인들도 모두 감사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나서자 결국 이 회사 이사회는 CEO를 몰아냈다.
이사회나 회계법인들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진 것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들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