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G4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모임에 116개 유엔 회원국이 참석해 연내에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 파키스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 주축이 된 `커피클럽'이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루스벨트 호텔에서 개최한 `합의를 위한 단결(Uniting for consensus)' 모임에는 116개 회원국과 3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안프랑코 피니 외무장관이 참석한 것을 비롯,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멕시코, 파키스탄, 산마리노, 스페인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파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천영우 외교부 외교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각국 대표의 수는 지난달 31일 G4측이 주선한 모임에 참석한 유엔 회원국 131개국에 비하면 다소 적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임 준비가 시작되던 지난달말 우리 정부가 참석을 예상했던 나라는 60∼70개국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들어 유엔을 무대로 일방적 상임이사국 확대론에 대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64개국만 뜻을 같이해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116개국이나 참석한 이날 모임은 매우 큰 성공이라는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여기에 거부권을 갖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힘을 실어준 것도 큰 성과. 중국의 왕광야 유엔대표부 대사와 미국의 하워드 스토퍼 유엔대표부 공사는 `강한 어조로'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 표결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오는 6월 국가명은 정하지 않은 채 상임이사국 6개국을 증설하는 안을 유엔총회에서 결의안 형태로 통과시킨 뒤 11월 총회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상임이사국에 진출한다는 일본의 계획에 사실상 철퇴를 내린 셈이다. 러시아도 이날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G4의 무리한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천영우 외교정책실장이 한국의 입장을 묻는 일본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 공세에 "우리는 특정 국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안보리의 민주적 개편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여유를 보인 것도 이런 성과가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천 실장이 "미국과 중국이 강하게 인위적 시한설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G4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라면서 "G4가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경우 미ㆍ중ㆍ러 등 3개국의 태도가 더 강경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며, 아직도 적지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 대표를 보낸 국가들은 `합의를 위한 단결' 모임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 뿐아니라 단지 모임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알아 보기 위해 나온 국가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모임에서 발언권을 얻어 입장을 밝힌 나라는 모두 40여개국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일본의 막강한 `재력'이다. 일본이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강력한 `돈로비'에 착수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들은 일본이 작심하고 `돈 뿌리기'에 나설 경우 아프리카나 아시아, 중남미의 저소득 국가들을 중심으로 넘어갈 나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국가가 이미 100개국을 넘어서 유엔헌장 개정에 필요한 지지표(128표) 확보에 육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모임에서는 `반대한다'는 뜻을 표시해 놓고 실제 투표에서는 `찬성' 표를 던질 국가들도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