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15
수정2006.04.02 22:18
최근 할인점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원양어선 직거래 동태'가 화제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종전보다 10배 이상 많은 1천박스(1박스=15마리)가 하루에 팔리고 있다.
비결은 유통파괴. 신세계는 지난달 원양선사인 인성식품과 '국내 최초'로 직거래 계약을 체결, 유통마진을 제거해 30%이상 낮은 가격으로 동태를 내놓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수산물 유통에서 대형할인점과 원양선사가 직거래 하기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명태를 잡아 동태로 가공하는 원양선사 '인성식품'과 직접 계약,1차로 1만5천박스의 동태를 들여와 전국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최초로 원양 선사에서 1차 도매업자,2차 도매업자로 이르는 기존의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는 실험을 한 것.
중간유통 마진을 없앤 덕분에 가격은 종전 2천6백원 정도에서 1천8백원으로 30% 이상 낮췄고,원양어선이 부산항에 닿는 시점부터 2∼3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매장 진열시까지 걸렸던 2∼3개월의 기간을 1주일로 대폭 줄였다.
이와 함께 생선에 처음으로 '맞춤'개념도 도입했다.
한마리 1천∼2천원 정도하는 서민 생선 동태를 명품화하기 위해 원양선사에 '제일 맛있는 시기에,알이든 명태만,한마리씩 개별 포장'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기존엔 동태를 20∼30마리씩 뭉쳐 얼렸기 때문에 나중에 한 마리씩 떼내는 과정에서 '성한 동태'를 구경하기가 힘들었음은 물론,유통과정에서 마르기 일쑤였다.
인성식품으로부터 직매입한 동태는 이달들어 전국 매장에 진열돼 하루 1천박스 이상 팔리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동태는 그동안 구색을 갖추기 위한 품목으로 진열했으나 직거래로 도입해 가격을 낮춘 후 하루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인성식품 관계자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생산 방식을 바꿨다"며 "생태 같은 동태에 도전해봤다"고 설명했다.
할인점과 원양선사 간의 이같은 직거래로 소비자,유통업체,원양선사가 모두 덕을 봤다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행사를 기획한 이마트 금석헌 수산 바이어는 "매장 수가 많아지면서 바잉 파워도 자연스레 커져 직거래가 가능해졌다"며 "그동안 미개척지였던 수산물까지 차별화가 가능해졌고,가격은 내렸지만 마진은 오히려 더 봤다"고 말했다.
인성식품 박철민 사장은 "대량 매입해 가니 보관비나 재고 부담이 줄고 자금 사정이 좋아져 우리로서도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측은 "8월까지 동태를 전점에서 계속 판매함은 물론,오징어 은대구 등을 같은 방식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직거래 방식은 어느 정도 바잉 파워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전략"이라면서도 "신선식품의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같은 시도는 또 다른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식품은 동원,신라교역에 이은 업계 3위업체로 원양어선을 모두 17척 보유하고 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