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유럽에서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다음주 금요일까지 한 주일 사이에 지구촌 사람들의 눈을 한꺼번에 사로잡을 만한 대형의식이 연거푸 열린다. 8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9일에는 결혼날짜를하루 늦춘 영국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이, 1주일여만인 15일엔 모나코 국왕 레니에 3세의 장례식이 차례로 거행된다. 이 때문에 유럽의 정치인과 왕실가족은 스케줄을 다시 조정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한 주일을 보내게 됐다. 왕실의 결혼식과 장례식은 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전세계에서 엄청난 추모객들을 로마로 끌어들이며 애도의 광장이 된 교황의 장례식에 빛이 가려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실은 당초 교황의 장례식과 왕세자의 결혼식 날짜가 겹친다면 로마 추모객 행렬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공교롭게도 교황의 장례식과 결혼식 날짜가 같았던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볼스는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여론의 동의를 얻을 때까지 수년간 기다렸지만 하루더 기다리기로 했다. 덕분에 블레어 총리는 굳이 선택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게됐다.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의 한 기자는 "로마 교황의 서거가 향후 영국 성공회 수장이 될 영국 왕세자의 결혼식 계획을 방해할줄 누가 알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교황과 레니에 4세의 장례식에 모두 참석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대륙의 다른 정치인과 명사들도 3건의 행사에 모두 참석하기는 어렵겠지만 2건의 장례식에는 거의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황의 장례식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레흐 바웬사 폴란드 전 대통령 등 전세계 정치 지도자와 왕족, 종교 지도자가 대거 참석한다. 결혼식을 하루 미룬 찰스 왕세자는 블레어 총리와 함께 교황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만 신혼여행을 떠나느라 레니에 3세의 장례식에는 가지 못한다. 교황의 장례식보다 추모객의 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에는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할리파 바레인 국왕, 콘스탄틴 전 그리스 국왕과 부인 앤 마리, 콘스탄테인 네덜란드 왕자, 하콘 노르웨이 왕세자 부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서거 전 병석의 레니에 3세에게 특별 축복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두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남으로써 교황청은 요한 바오로 2세를 대신해 요세프 라칭어 추기경이 모나코에 애도서한을 보냈다. 가톨릭국가인 모나코는 알베르 왕자와 공주들이 모두 상중에 있기 때문에 르클레르 수상을 교황의 장례식에 파견했다. (서울=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