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브랜드는 회사의 자산이자 국가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유명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시장 확대 및 신제품 런칭 등 마케팅 기회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 신규 시장 진출이 쉬우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투입해야 하는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 세계에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뭉칫돈을 쏟아 붓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브랜드가 바로 기업 경쟁력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과 도심을 연결하는 '카메니 다리'는 'LG 다리'로 통한다.
LG광고판이 이 다리를 뒤덮게 된 이후 모스크바 시민들이 붙인 별칭이다.
크렘린궁쪽으로 가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너면서 정면을 바라보면 대형 건물이 앞을 막아선다.
그 건물 위엔 선명하게 '삼성'브랜드가 버티고 있다.
모스크바 중심지를 삼성과 LG가 장악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미국 LA 공항의 입국심사대.미국 이민국 직원들은 저마다 삼성 로고가 박힌 LCD 모니터를 앞에 두고 여권과 비자를 살핀다.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사이에 두고 미국인 직원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까다로운 입국심사에 대한 부담은 사라지고 우쭐한 생각마저 든다.
LA 공항뿐 아니다.
삼성 LG 등 우리 기업들은 전세계 주요 공항에서 '브랜드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공항을 '관문(Gate) 마케팅'의 거점으로 삼아 TV 전시대(런던 모스크바 호찌민 케이프타운 더반 등),인터넷 라운지(프랑크푸르트 첵랍콕 시드니 등),휴대폰 조형물(파리 두바이 아테네 인천),복합전시대(아테네),푸시카트(아테네 도쿄 나리타 등) 등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 PDP TV 1백10대를 설치한데 이어 최근 브라질 주요 6개 도시 국제공항에 PDP TV를 대거 설치해 관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순방에서 이같은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활약상을 지켜본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 기업들의 광고판을 보니 우리 얼굴이다 싶어 한없이 흐뭇했다.
여러 과제가 있지만 먹고사는게 첫째로 경제는 기업이 한다.
외국에 나와보니 기업이 곧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경영은 주요 관문에 광고판을 내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올림픽 월드컵 등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의 하나로 세계적인 대회를 후원하면서 이제 웬만한 국제경기에선 우리 기업의 브랜드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바레인전에선 'SAMSUNG'(삼성)과 'HYUNDAI'(현대)의 영문 광고판이 선을 보이기도 했다.
관문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에 이어 '예술 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도 브랜드 경영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술 마케팅은 유럽 미국 등의 유명 박물관에서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것이고 사회공헌활동은 해외에서 각종 기부 및 봉사활동을 통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같은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경영은 외국기업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백대 브랜드'에는 우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IBM GE 인텔 등 미국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도요타 소니 캐논 등 일본 기업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브랜드로서 우리 기업의 위상이 외국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 파워의 열세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고유한 브랜드 전략으로 브랜드 경영을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게 시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경영 노하우가 다른 기업들로 널리 확산돼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가 한단계 상승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기업들에 맞서 브랜드 경영을 펼쳐온 주요 대기업의 성과를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