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강도높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1.4분기 평균 유가가 기업들의 전망치보다 배럴당 최고 10달러 이상 높아지자 긴축경영과 같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경영만으로는 고유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품 판매가격을 올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 활동에 돌입했다. SK(주) GS칼텍스 등 정유업계는 성공확률이 5% 미만이고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해외유전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고유가 대응 비상경영 돌입 LG전자는 최근 유가별 '시나리오 경영'에 들어갔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로 오르면 재료구매비 가격이 2%,55달러로 뛰면 4% 상승한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사업본부 차원의 TDR(기존 프로세스를 완전히 폐기하고 다시 설계하는 것)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토탈은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시점부터 '스티어링 커미티'를 가동 중이다. 구매·생산·영업·연구부서를 수시로 소집해 유가변동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SKC는 울산공장에 에너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제품별 에너지절감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전력과 LNG 사용량 등 에너지 절감실적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올인'하고 있다.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경제고도 운항 및 고양력 부양장치 사용 최소화 등을 통한 내핍 경영을 상시화하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는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등으로 연료조달 루트를 다변화하는 등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원유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전가 기업들은 고유가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특히 항공과 해운 정유업계의 가격인상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럴당 1달러 인상시 연간 1백5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항공업계는 항공료 인상으로 고유가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유류할증료 제도를 4월10일부터 적용,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인도네시아행 항공요금을 최대 30달러(약 3만원) 올릴 예정이다. 연간 3백만t의 연료유를 사용해 연간 4억달러를 연료비로 지출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3개월마다 유가할증료를 조정,운임에 반영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을 국제 유가에 연동시켜 1주 단위로 판매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나프타 등 원재료를 받아 쓰는 석유화학업계도 화섬 및 중소 플라스틱 가공제품의 판매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전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수 경기가 확실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수요 기반이 탄탄한 중국 등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유전개발사업 확대에 주력 SK㈜는 원유 확보량을 현재 하루 2만5천배럴에서 최대 12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 해외유전개발 회사를 인수할 방침이다. 해외유전개발 회사를 인수하는 데는 적어도 1억달러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SK㈜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1백% 운영권을 보유한 광구를 획득했으며 카자흐스탄과 미국 휴스턴 등 유전지대에 위치한 지사와 현지 인력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캄보디아에서 유전 탐사를 벌이고 있는 GS칼텍스(옛 LG칼텍스정유)는 중동과 러시아 등의 5개 광구에서 유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하루 정제량 65만배럴의 10∼15%까지 원유 자급률을 높일 방침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