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로스 출신의 임병석 회장(45)이 이끄는 쎄븐마운틴그룹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2년새 세양선박 진도 등를 잇따라 사들인데 이어 연초 건설업체인 우방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중견그룹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결과 쎄븐마운틴그룹은 모기업인 쎄븐마운틴해운을 비롯,세양선박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올해 2조원의 매출을 목표하게 됐다.


자산은 1조4천억원 규모다.


재계는 임 회장의 다음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을 쏟고있다.


임 회장은 "우선 인수기업의 조기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계열사와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우량기업이 좋은 조건에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기린아=임 회장은 항해사 출신. 지난 84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범양상선에서 4년반 정도 일등항해사로 일했다. 그는 "뱃사람들은 기상조건이나 엔진가동상태 등 현실적인 문제에 수없이 부딪히게 된다"며 "여기서 현실에 순응하는 동시에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순항할 수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그가 처음 사업의 닻을 올린 건 나이 서른이 되던 1990년. 자신의 돈 5백만원에 4천5백만원을 빌려 쎄븐마운틴그룹의 모태인 칠산해운을 차린 것. 95년 처음으로 자가 배를 마련하고 상호를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꿔 달았다. 순항하던 그의 앞에 외환위기라는 험한 파도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임 회장은 "해운업은 경기흐름이 중요한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물동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용선을 대거 확보하는 등 공격 경영에 나섰다"며 "특히 해외 물동량은 달러베이스로 결제되기 때문에 당시 원화 약세 상황이 오히려 크게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임 회장은 2002년 상장회사인 세양선박을 인수하면서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업인수·합병(M&A)의 귀재로=임 회장은 "해운업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해운지수,운임,환율,유가 등 해운시황은 주식 시장과도 흡사해 시류를 잘 타면 큰 돈을 벌 수 있지만,정반대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한다. 세양선박은 인수 후 1년 만에 완전 정상화됐다. 중국과의 물동량 증가,운송단가 상승의 순풍이 불어줬기 때문이다. 쎄븐마운틴은 이어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한리버랜드(옛 세모유람선) KC라인 진도 등 5개사를 인수,수직계열화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진도는 일반적으로 모피업체라고 알려져 있지만 컨테이너 제작이 주력업이다. 해운물류 전문그룹을 지향하는 쎄븐마운틴그룹 입장에서 진도는 수직계열화의 핵심축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업체인 우방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봐달라고 임 회장은 말한다. 그는 "해운업종에 편중된 그룹의 사업다각화와 장기적으로 항만건설,준설 등 해운물류 부문의 투자를 위한 포석으로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우방타워랜드는 계열사인 한리버랜드,황해훼리와 더불어 레저,웰빙사업의 삼각 벨트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수 비결 따로 있나=쎄븐마운틴이 공격적인 M&A에 나서면서 인수자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M&A 구조를 모르는 소리"라며 "인수자금을 모조리 주머니에서 내놓은 경우는 없다"고 잘라말한다. 지난달 인수를 마무리한 우방의 경우 총 3천2백억원의 인수자금 중 쎄븐마운틴이 투자한 자금은 6백억원이라고. 나머지 인수자금 중 △5백억원은 채무승계 △1천5백억원은 회사채발행으로 충당했으며,사모펀드(PEF)가 4백억원,기업구조조정(CRC) 펀드가 1백50억원 등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자금 흐름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몸집에 비해 과식했기 때문에 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해운경기 호조로 쎄븐마운틴해운과 세양선박이 내부에 유보해둔 돈이 많았던 데다 부족자금은 배를 매각해서 충당했다"고 말했다.


○다음 행보는=임 회장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는 5년 내 국내 5대 해운그룹,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종합 해운물류그룹으로 육성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또 상하이 다롄 광저우에 있는 진도의 중국법인들을 중국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향후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올린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가 도착할 다음 기항지가 궁금해진다.


글=남궁 덕·사진=허문찬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