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기업고객 유치 방식이 변하고 있다. 대출 중심의 영업에서 현금흐름을 관리해주는 자금관리서비스(CMS) 중심의 영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자금시장이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서 초과 공급 시대로 전환된 데다 중견·대기업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주 타깃은 매출 5백억∼1조원대의 3천여개 중견기업.이들 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신용리스크는 낮으면서도 성장성이 높고,CMS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년여간의 준비 끝에 올 초 '사이버 브랜치(Cyber branch)'를 선보였다. 사이버 브랜치는 기업의 전산시스템 내에 설치하는 일종의 가상 지점.기업은 사이버 브랜치를 통해 모든 금융회사의 예금계좌 및 입출금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각 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한 계좌로 자동으로 모을 수도 있다. 또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연계해 구매대금 결제에서부터 판관비 및 외상매출채권 관리 등 모든 현금흐름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은 현재 웅진식품 LG홈쇼핑 남양유업 풀무원 등 20여개 기업에 사이버 브랜치를 설치했으며 올해 2백여개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자체 ERP가 없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CMS 소프트웨어인 '사이버 CFO'를 깔아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수수료 수입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협력업체들까지도 국민은행에 거래를 집중케 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출범하면서 중견기업의 자금관리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씨티은행은 현재 '씨티 다이렉트'라는 글로벌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통해 국내 중견기업들이 무역·투자·자금거래를 한 계좌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5월 중 여러 은행에 분산된 계좌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집금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종합 CMS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CMS 분야 선두 주자인 우리은행은 현행 '웹CMS' 시스템을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소호(SOHO) 등으로 세분화시킨 맞춤형 CMS 모델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대출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과거처럼 대출 위주의 기업금융은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CMS시장을 놓고 기업고객 유치를 둘러싼 은행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