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다시 주식을 순매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순매도에 치중해오다 최근 주가가 조정 양상을 보이자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받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4∼5월 중 외국인들의 매물이 증가할 경우 매수 규모를 늘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연기금들은 종합주가지수가 980선 밑으로 내려온 지난 18일 이후 순매수로 전환,이날까지 7거래일 중 6일 동안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이 기간 중 순매수 규모는 1천4백12억원에 달한다. 연기금은 지난달 4천8백8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17일까지 12거래일 중 7일은 매도가 더 많았다. 연기금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자 본격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또 KOSPI200지수 편입 비율대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에서 선물 가격과 연계해 현물을 매도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상당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기금들이 본격적인 순매수로 전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순매수는 지난 2월에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연계 거래를 했던 것을 청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외국인들의 매물이 추가로 나오거나 돌발적인 악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당분간 투자 여력을 확보해 둔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선 종합주가지수가 대체로 950∼1,020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MSCI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에 따른 외국인의 매물을 봐 가며 매수 규모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섣불리 주식 매입을 위한 '실탄'을 소진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앞으로 외국인 매물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이유로 주가 낙폭이 커지거나 다른 매수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 본격적으로 주식 매수를 확대하는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