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임원공개모집제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최초의 여성 선수촌장을 선임하는 '깜짝쇼'를 연출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지난 달 체육계 수장에 올랐던 김정길 회장은 "투명한 인선 과정을 통해 각계각층에서 능력있고 참신한 인사를 발탁하겠다"고 밝혔지만 28일 발표된 사무총장 등의 인사 결과는 공모제의 취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체육계 안팎의 평가다. 체육회 85년 역사에서 처음 실시된 임원 공개모집에는 사무총장직에 21명, 선수촌장에는 16명이 응시하며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하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최종 낙점된 김재철 사무총장 내정자는 사실상체육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전문관료 출신이다. 김재철 내정자는 "육사시절 럭비 대표선수로 활동했고 전남 행정부지사 시절에는 전남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체육발전에 이바지했다"고 강변했으나 엘리트체육의총본산인 대한체육회 실무 총책임자로는 미흡한 경력이다. 결국 김정길 회장이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98년 행자부 의정국장을 맡아 인연을 맺었던 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신임 총장의 응모에서부터 최종후보 4명으로 압축되는 과정에 김회장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이에리사 선수촌장 내정자는 최초의 여성 선수촌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그는 선수촌장 응시자가 아닌 오히려 응시자를 심사하는 추천위원이었다. 이 선수촌장은 "당초 응시자 면접에서 70점을 넘은 사람이 없어 선수촌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고 내가 선수촌장으로 내정된 것은 오늘 아침에야 통보받았다"고밝혔다. 그러나 심사를 맡았던 추천위원이 응시자 대신 선수촌장을 차지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인사라는 것이 주변의 반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정길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경력과 외국어능력,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으나 지역 안배 등은 공모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다. 이번 인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럴바에는 회장이 직접 선임하지 왜 공모제를 실시해 응시자들을 들러리 세웠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마저 나오고 있다. 김 회장 취임이후 한달 가까이 끌어온 사무총장.선수촌장 공모제는 객관적으로능력있는 인사 선임보다는 체육행정 인수인계에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