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권경쟁의 종반레이스를 강타하고있는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사실상 `반(反) 정동영, 친(親) 김근태' 발언 여진이 24일에도 계속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 후보의 발언이 이번 당권경쟁을 차기 대권주자간 대리전 양상으로 비쳐지게 하면서 계파간 신경전이 당장은 되돌리기 힘든 전면전 상태로 치닫고 있어 벌써부터 경선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논란을 촉발시킨 유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의 정파 존재는 사실이고 정파간 합법적 경쟁은 정상적인 것으로, 경쟁 과정에서 당이 발전한다"며 엄청난파문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고수했다. 유 후보는 이어 "나는 (정동영,김근태 장관) 두 사람을 통해 상징적으로 대표되는 세력을 얘기한 것이지 두 사람을 지칭한 게 아니며, 두 사람은 다 당내에서 존경하는 정치인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당권경쟁을 차기 대권주자간 대리전 구도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맥락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 후보와 각을 세워온 송영길(宋永吉) 후보는 개인성명을 내고 "유 후보의 지나친 당권욕이 전당대회를 분파주의로 물들이고 있다"며 정면 비판했다. "전대를 대권구도와 편가르기 시각에서 접근하는 행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전날 임종석(任鍾晳) 의원의 성명에 이은 386 그룹의 후속편이다. 송 후보는 나아가 "전대는 대권후보 대리전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당권.대권경쟁때문에 서로를 타협 불가능하고 용서할 수 없는 세력으로 규정해 `제로섬 게임'을한다면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성공과 미래는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경선 후유증'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비해 유 후보가 `구태세력'으로 몰아세운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측 인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문희상(文喜相) 후보는 이날도 직접적인 공식 대응을 삼갔다. 선두주자인 입장에서 유 후보의 의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중인 문 후보는 이날 오후 퇴원한 뒤 빠르면 25일 인천 합동토론회에 합류하는 등 종반 질주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특히 토론회 등에서 이번 전대를 통해 당의 구심을 세워 통합을 이뤄내고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서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면서 지금과는 달리 유 후보의 발언을 분파주의 행동으로 공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감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워 비토세력이 많은 유 후보와 대비시킴으로써 소위 `대세론'을 굳힌다는 전략에서다. 이런 가운데 유 후보가 연대 대상으로 거론한 장영달(張永達) 후보는 "전대가축제로 갈 수 있도록 모두 도와줘야지 세력 다툼으로 비쳐지는 행동은 경고한다"고말했다. 장 후보는 또 "장관들의 대리로 우리가 뛰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대가 치열한 정책 경쟁과 논쟁으로 불꽃을 뿜어야지 쓸데없는 감정대립이 돼서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서로 살아온 배경이 비슷하므로 심정적으로 연대한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유 후보의 발언에 나쁘지 않은 기색을 비친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이다. 이에 대해 재야파 관계자는 "유 후보의 발언에 이은 이강래(李康來) 의원의 반박 등으로 계파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데 대한 우려 표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 후보의 발언에 대한 당내 여론 악화 등 역풍을 의식해 장후보 진영이 수위조절을 한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구 당권파 핵심인사는 "`유시민 발언'은 장 후보의 표를 빼앗아오려는 전략"이라며 "그러나 유 후보의 거짓말, 협박, 공갈에 의원들 90%가 불쾌해 하고있고 따라서 유 후보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