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이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제스처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를 촉구한 뒤 "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며, 이 문제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제3차 6자회담 개최 1년이 되는 오는 6월까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않으면 부시 2기 정부는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는 등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6월 위기설'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시 말하지만김정일을 위한 진전의 길이 있으며 그 것은 그가 내릴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6월 위기설'에 대해 "근거없는 보도"라고 잘라 말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시한도정한 바 없으며 시한을 설정하지 않는 관행을 바꾼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끝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대응책이 뭐냐'는 거듭된 질문에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의 요체는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것이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이날 정부 예산안 통과와 관련된기자회견에서 "대북 경제제재를 우선적으로 단행하자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6자회담을 무시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가짜유골' 사태이후 일본정부가 대북 제재론에 무게를 두었던 데서 조금은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중국 방문중인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와 잇따라 만나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것이 유일하고도 정확한 선택"이라고 설득했고, 이에 대해 박 총리는 "회담 여건이조성되면 언제든지 회담에 참가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정부 당국자는 `6월 위기설'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관련, "중국은 6자회담의 틀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면서 "중국은 정말 시간개념이 우리와 다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포기하더라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고 세 번은 더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의 키워드는 `북한은 주권국가'와 `존경', 그리고 `협상'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