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신용불량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은행들이 추가로 신규 대출을 해주도록 한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요청에 따라 이미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조흥 농협 기업 등 주요 은행들은 신용불량 자영업자들에게 업종 전환용으로 최대 2천만원까지 연 6∼8%로 추가 신용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행들은 일단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채무상환을 유예받은 자영업자 중 업종 전환 사업계획서를 내면 심사를 거쳐 신규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은행들,"지원은 해주지만…" 문제는 은행의 신규 지원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음식·숙박업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와 우후죽순처럼 생긴 신규 업소들과의 출혈경쟁 때문에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번 실패한 자영업자들은 업종 전환을 매우 꺼리기 때문에 실제 신규 대출 신청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불량 자영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이 정부의 영세자영업자 대책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현재 마련 중인 자영업자 대책은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를 퇴출시키거나 임금근로자로 전환시켜 자영업자 수를 줄이는 게 골격이다. 그런데 정부가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패한 자영업자들에게 재창업이나 업종 전환을 위한 돈을 신규 지원토록 한 것은 오히려 자영업자를 더욱 양산해 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꼴이란 얘기다. ◆모럴해저드만 조장할 수도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가 또 다른 대책을 발표하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며 "은행 빚은 안 갚고 버티면 정부가 어떻게든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또다시 심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 경제연구원장은 "원칙적으로 신용불량자에 대해 채권금융회사들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구제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경기 회복이나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신용불량자 대책을 마련하다 보면 시장원리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병석·김인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