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고도화되는 것 같지만 그것은 겉모습뿐입니다. 한국은 지금 위기 상황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습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23일 삼성 본관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 초청 연사로 참석해 강연한 자료에서 "명문대생이 돈 때문에 강도로 돌변하고 실업 등을 이유로 매일 40명이 자살하는 등 중산층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장은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수술이나 극약 처방보다는 기초 체력을 북돋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유럽의 강소국처럼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일관된 방향의 정책을 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 중 하나는 교육이며 특히 대학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들은 규모의 경제가 대학에도 적용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양적 팽창에 집착했고 그 결과 '너무 커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힘든 산업'이 돼 버렸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상아탑 안에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등록금을 마냥 올릴 수도 없는 현실에서는 대학 규모를 축소하는 데서부터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대학 교육의 주요 과제로 △대학 규모 축소와 대학별 특성화 △기초교육 강화를 통한 전문교육의 내실화 △첨단 분야와 기초 학문의 균형 육성 등을 제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