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과잉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 낮추기 등에 경영 역량을 집중한 결과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설비 및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지 못해 미래성장 동력을 크게 잃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 및 고배당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성장성 측면에서 IBM 도요타 바스프 등 세계 리딩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과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한국 대표기업의 부채비율은 1백51.2%로 세계 주요 기업의 2백50.2%보다 1백%포인트나 낮았다. 이번 조사는 전기전자 철강 자동차 화학 섬유 등 5개 업종에서 한국 또는 세계 시장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외 각각 15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부채비율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율 측면에서도 한국 대표기업(39.8%)이 세계 주요 기업(28.4%)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 역시 한국 대표기업이 우량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말 현재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한국 대표기업이 9.1%로 세계 주요 기업 5.5%보다 월등히 높았으며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한국 대표기업(8.6%)이 세계 주요 기업(4.5%)의 2배에 이르렀다. 반면 미래성장 투자는 한국 대표기업이 세계 주요 기업보다 한참 떨어졌다. 기계설비 건물 토지 등 유형 자산은 2002∼2003년 동안 세계 주요 기업이 5.2%의 증가율을 보인 데 반해 한국 대표기업은 3.2%에 불과했다. 2003년 R&D 투자규모는 한국 대표기업이 52억달러로 세계 주요 기업 3백89억달러의 8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한국이 3.3%인 데 반해 외국은 4.1%에 이르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 대해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끌어내리라는 정부의 징벌적 구조조정의 결과"라며 "투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과 고배당 요구 등에 따라 여의치 않다"고 진단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