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특히 영국 육군이 집단 괴롭힘과 성폭행 등 인권유린의 온상이 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14일 잉글랜드 동남부 `디프컷(Deepcut) 신병훈련소'에서 지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발생한 4건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보고서를발표하면서 "영국군 특히 육군에서 불리(집단 괴롭힘)가 오랜 세월 용인돼 왔다는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디프컷 신병훈련소 의문사 사건은 17세에서 20세 사이의 신병 4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으로 군은 `단순 자살'이라고 결론내린 반면 가족들은 이들이 집단괴롭힘을 당하다 `살해'됐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온 군사위원회는 "영국군 특히 육군은 병사들을 잘 돌봐야하는 의무를 소홀히 해 왔다"며 "불리는 분명히 존재하며 제대로 신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대를 당한 사병들이 신고를 포기하는 것 그리고 군의불투명한 조사 과정이 사건 은폐에 급급해 온 것 등이 병영 내 인권유린을 만연하게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원은 대책으로 군 입대 지원 연령을 현행 17세에서 18세로 올리고 병영 내 폭력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권위원회를 군 내부에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작년 가을 의문사를 주장하는 가족들의 의뢰로 수사를 벌였던 영국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집단 강간, 성폭행, 인종차별, 조직적인 집단 괴롭힘 등과 관련해 100건의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조사에서 사병들은 일부 여군이 안락한 군대생활을 하기 위해 장교들과 섹스를 하고 있으며 일부 고참병들은 새로 들어온 여군에게 기합을 준다는 이유로 집단 강간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신병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교관 한 명을 구속했으나 살해혐의는 찾아내지 못했다. 하원 군사위는 경찰 수사로 파문이 확대되자 작년 11월 여.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였다. 한편 디프컷 신병훈련소에서 2001년 9월 사망한 신병 제프 그레이(17)의 가족들은 군이 병영 내 살인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며 의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머리에 두발의 총격을 받고 숨졌으나 군은 사건 발생8시간만에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영국군의 명예를 위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