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자구노력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자(자본금 감축)를 추진하는가 하면 주식교환 등의 방법으로 장외업체의 최대주주에게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백기투항'도 속출하고 있다. 장외업체를 새로 인수해 신사업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도 눈에 띈다. ◆치열한 생존 몸부림 1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상에 자본 전액 잠식,경상손실,매출액 30억원 미만 등으로 상장폐지 및 관리종목 요건에 걸린 국제정공은 제대혈(탯줄혈액)은행 운영·임상실험 수탁업체인 라이프코드와 오는 5월 주식을 교환할 예정이다. 주식교환 이후 산업용 밸브와 기계류를 만드는 국제정공의 최대주주는 최수환 라이프코드 대표로 바뀐다. 라이프코드가 우회상장하는 셈이다. 국제정공은 지분과 경영권을 내주는 대신 사업 다각화와 경영 합리화를 통해 코스닥에서 살아남는다는 복안이다. 주가 침체와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케이디엔스마텍과 콤텔시스템도 장외업체의 힘을 빌려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자구책으로 감자를 택한 업체도 많다. 주가가 지나치게 낮아 상장폐지가 우려되는 솔빛미디어는 20 대 1의 비율로 감자,주식수와 자본금을 대폭 줄임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가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27일부터 이날까지 30일 연속 액면가의 40%(2백원)를 밑돌아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일정기간(90일 동안 10일 연속,혹은 누적일수로 30일 지속) 주가가 부진하면 상장폐지된다. 지난 11일 주가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편입된 데 이어 자본잠식률이 5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난 넥스텔도 20 대 1의 감자를 결정했다.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한국창투한통데이타도 감자에 나선다. 신사업 진출도 활로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8억원에 적자를 본 인투스테크놀러지는 기존 사업인 온라인교육 솔루션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오프라인 교육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어 교육업체인 차이홍에듀를 7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피혁생산 업체인 대륜도 제대혈은행 운영 업체인 KT바이오시스 지분 51.94%를 인수,바이오사업에 뛰어든다. ◆턴어라운드 확인 후 접근해야 퇴출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대부분은 주가 등락이 심하다. 국제정공은 자본 전액 잠식으로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인 지난 8일까지 9일 연속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 5백50원이던 주가는 1천9백75원으로 2백59.1%나 급등한 상태다. 라이프코드와의 주식교환에 따른 회생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승폭이 지나치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인투스도 이날 7.81% 급등하는 등 최근 6일 중 주가가 오른 날이 5일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 잠식과 주가기준 미달,실적 부진 등 여러 가지 퇴출 및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동시에 걸려 있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올 경우 자구 노력과 상관없이 즉시 퇴출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