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관리종목이나 투자유의종목에 지정된 코스닥기업의 일반공모 증자에 대해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증자 시기를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 의견이 나온 이후로 연기하거나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오면 증자를 취소하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이는 퇴출사례가 늘어나는 결산기인 만큼 증자 후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결산기에도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증자에 나선 업체들이 많았다. 금감원의 증자 규제와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임박 등으로 퇴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관리종목 주가는 동반 급락세다. ◆일반공모 잇따라 제동=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스닥 관리종목 기업들의 증자와 관련,시점을 감사보고서 제출 이후로 미루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손실과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아라리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당초 지난달 말께 증자키로 했으나 금감원 등이 자료보완과 정정 등을 요구하자 증자 시기를 미뤘었다. 최근까지 청약일을 잡지 못하다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21일로 청약일을 잡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소엔 증자에 따른 투자유의사항 등을 언급하도록 권고하는 데 그쳤다"며 "지금은 결산기여서 퇴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적정의견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증자토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종목 업체들의 증자에 대한 규제도 평소보다 까다로워졌다. 반기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관리종목이 된 업필은 최근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증자방식을 변경하면서 '조건부 증자'를 택했다. 증자 이후 감사보고서가 비적정 의견을 받거나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청약증거금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또 다른 관리종목인 한아시스템은 15일 청약키로 했다가 결국 금감원의 자료보완 요구 등으로 증자를 철회했다. 일반공모 증자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증가세를 보이던 월별 일반공모 업체 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지난 1월 15개이던 일반공모 결의 건수는 지난달 7건으로,이달엔 3건으로 감소했다. ◆관리기업 주가 급락=자본잠식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온 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자본잠식 등으로 퇴출이나 관리종목에 지정될 우려가 높은 업체들은 동반 급락세다. 조건부 증자가 허용된 업필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 최근 7일(거래일 기준) 가운데 5일간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CMS 한국창투 위자드소프트 등도 지난해 매출부진과 경상손실,자본잠식 등으로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CMS는 2년 연속 경상손실로 상장폐지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창업투자도 자본잠식이 5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매출액 30억원 미만,경상손실 발생으로 퇴출 우려가 제기된 대한바이오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이어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21개사가 퇴출되는 등 상장폐지가 잇따랐다"며 "올해는 경상손실 및 시가총액 요건도 본격적으로 적용돼 퇴출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해당 업체의 증자 참여나 주식 매입 등에 어느 때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