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체력이 강해졌다. 무엇보다 주식형펀드 규모가 1년5개월여만에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급상황이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다. 또 강세장을 이끄는 주도 종목이 과거 IT(정보기술)중심의 대형 수출주 외에 우량 내수주,저평가된 중소형주 등으로 확대되며 증시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환율 하락,유가및 원자재가 급등 등 증시를 압박하는 악재성 요인들이 만만치않지만,이같은 증시의 체력 강화를 바탕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바닥권으로 다지고 있어 추가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10조원 돌파 13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규모(수탁액)는 지난 10일 현재 10조3백2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3년 10월21일(10조원) 이후 처음으로 10조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주식형펀드 규모는 2003년 4월 12조원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돼 지난해 10월19일에는 7조6천2백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에 비하면 5개월새 2조4천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주식형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주식형펀드 투자자금은 '천수답'을 채우는 물처럼 주가가 오르면 하루에 2천억∼3천억원씩 뭉칫돈이 몰려들다가도 주가가 내리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다반사였지만,지금은 자금 유입이 꾸준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들어서는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하루 2백억∼3백억원 내외의 투자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와 지난 2월 이후 주식형펀드 규모는 단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 늘어나는 호조세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이는 초저금리 추세를 반영,개인은 물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주식형펀드를 과거처럼 '투기 수단'이 아닌 '저축 수단'으로 인식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종목층도 두꺼워졌다 지난 11일 종합주가지수는 24포인트나 급등하며 하루 만에 지수 네 자릿수를 회복하는 강한 탄력을 보여줬다. 미국 인텔사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올린 데 따른 '인텔효과'로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IT주들이 급등한 결과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가 복구력이 강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증시의 '선수층'이 두꺼워진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주가 향방을 좌우해왔던 대형주들 이외에 유망 종목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국내 대표주식인 삼성전자는 주가 랠리가 시작된 작년 8월 초 이후 상승률이 27% 정도에 그친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42%를 훨씬 밑돈다. 반면 농심 롯데칠성 신세계 유한양행 코리안리 등 우량 내수주들은 지난 1∼3년 동안 갇혀있던 박스권을 뚫고 사상 최고가 경신행진을 벌이고 있다. 또 태광산업 성창기업 대한화섬 오뚜기 현대하이스코 등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았던 40여개 종목들은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작년 8월 이후 주가가 2백∼5백% 폭등했다. 이형복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거래소시장에서 현재 수출주와 내수주의 시가총액 비중은 대략 60 대 40"이라며 "최근 환율 하락이 일방적으로 지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 이유도 증시가 이같은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평가 매력 국내 증시의 PER는 과거 세 차례 있었던 1,000시대엔 모두 10배가 넘었다. 특히 99년에는 무려 20배가 넘었다. 하지만 현재 PER는 7.9배에 불과하다. 대만(11.8배) 중국(12.2배)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크게 낮다. 김무경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비중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등 주식 공급 증가는 미미한 반면 자사주 매입은 크게 늘어 수급측면에서도 국내 증시는 과거에 비해 크게 가벼워진 상태"라며 "지수 1,000시대 안착을 위한 여건은 충분히 갖춰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