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종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재테크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재테크의 혼돈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표적으로 최근 주가와 채권값이 같이 움직이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경기를 반영하는 얼굴인 주가와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과 채권은 대표적인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시 대체성이 강하다. 그동안 주가가 상승하면 경기가 회복되고 채권값이 상승(수익률 하락)하면 경기가 침체되거나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요즘처럼 주가와 채권값이 같이 움직일 경우 경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주가가 오른 것을 중시한다면 경기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반면 채권값이 오른 것을 중시한다면 여전히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주가와 채권값 가운데 경기판단 지표로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판단 지표로 주가와 채권값의 유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주가와 채권값이 경기를 반영하는 얼굴이 못 된다는 의미다.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가장 큰 것은 종전의 이론대로 화폐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윤활유 역할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지속된 저금리 체제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고 각종 펀드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보편화된 상태에서는 투자금액에 비해 확실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수단이 적어 주식과 채권 간의 대체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노동,자본과 같은 객관적인 생산요소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여건과 관계없이 그때 그때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주가와 채권값이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중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새로운 경기판단지표로 기업취약지수(CVI)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CVI는 종전의 경기판단 방법이 경제상황과 정책기조,경제주체들의 심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우문(愚問)이 될지 모르지만 주가와 채권값만 놓고 본다면 경기판단지표로 어느 변수를 중시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더 유용하다. 각종 가격변수의 경기에 대한 선행성을 따져보면 채권값이 주가보다 더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하고 예측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내부적으로 참고하는 약 30가지의 경기판단지표 중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차를 가장 중시한다. 수익률 곡선이 '단저장고(短低長高)'의 정상적인 모습이면 경기가 좋은 것으로,'단고장저(短高長低)'의 비정상적인 모습이면 경기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 요즘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간의 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 경기를 너무 낙관하는 시각은 경계돼야 함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