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비심리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과 고유가 쇼크로 '반짝 회복'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작년 초에도 수출 호조와 주가상 승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잔뜩 부풀었지만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쇼크 등으로 경기가 일시 회복됐다가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현상으로 이어졌다. 올해에도 '연초효과의 반복'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 악재가 경기 위협 금년 들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6개월 후의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90.3)보다 9.1포인트 오른 99.4를 기록해 작년 4월(99.9)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 85.1이었던 소비자기대지수가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올 들어 두드러진 주가상승과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의 매출 증가세 등이 직간접으로 소비자들의 얼어붙었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경기회복 심리가 본격적인 내수회복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대외악재들이 돌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달러당 1천원선을 위협하며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다. 환율 하락은 기업들의 대외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그나마 경기를 지탱하던 수출을 둔화시킬 수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경제회복엔 '찬물'이다. 국내 원유 도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를 위축시킨다. 수출기업엔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경상수지,기업투자 등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작년초와 닮은 흐름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대외 악재에 짓눌릴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작년초 처럼 '반짝 경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초에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컸다. 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세계경기 회복 전망이 나오면서 전년말 500대에 머물던 종합주가지수는 900대에 이르는 등 주가도 크게 올랐다. 때문에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낙관론이 많았다. 그러나 3월부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시작했고,4월초 미국의 금리인상,4월말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등이 이어지면서 경기회복 기대는 고개를 숙였다. 주가도 다시 떨어졌다. 실제 통계청의 소비자기대지수는 작년 4월 99.9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11월엔 86.6까지 급락했다. 결국 경기 회복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더블딥으로 이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기흐름과 환율하락 고유가 등을 종합해 보면 작년초 나타났던 일시적 경기회복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특히 지금의 회복 기대감은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등 단편적인 소비지표가 나아진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작년초 회복세보다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도 "국제유가와 환율 수준을 작년초와 비교하면 지금이 더 나쁜 상황"이라며 "게다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D램의 현물가가 작년 3∼4달러대에서 3달러 밑으로 떨어져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