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전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가 결정합니다. CEO가 조직색깔을 결정하지요."


허정욱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혁신팀장(45)은 "좋은 혁신프로그램을 교육시켜도 CEO가 이를 받아들여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팀장은 본사와 각 지역본부 등에서 근무하는 1백10여명의 기술·경영지도사를 이끌고 있는 실무 총책이다.


기술·경영지도사는 병에 걸려있는 중소기업을 치료해 주는 '의사'로 불린다. 이들 중에는 금속 화공 전자분야의 박사 7명과 석사 35명이 있다. 최소 3년 이상 산업현장을 뛴 사람들을 채용하고 순환보직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적인 현장통으로 꼽을 만하다.


허 팀장도 중진공에 입사하기 전 기아자동차에서 4년 간 근무한 뒤 중소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3백65일 현장을 누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면 한달음에 달려간다.


허 팀장은 "일단 의사가 진단을 하듯 긴급구조요청(SOS)을 한 기업을 진단한 뒤 처방전을 제시한다"며 "업체가 처방전을 따르겠다고 하면 계약을 맺은 뒤 지도에 본격 나선다"고 말한다. 치료(지도)는 병증(病症)에 따라 한 달 안에 끝낼 수도 있고,5년여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사들은 크게 3단계로 기업을 새롭게 탈바꿈 시킨다.


첫번째는 해부학적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잘못된 생산관리와 채권회수기능 등을 제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경비실을 '고객접견실'로 만들고,고객의 회사 이익에 따라 분류하는 일도 이 단계에서 제시된다.


두번째는 회사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차별화 프로그램이다.


마지막으론 미래에 먹고 살 일감을 찾아주는 일이다. 이 같은 중진공의 혁신프로그램은 90년대 중반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발표된 '디지털 매니지먼트 시스템'(DMS)을 활용한 것이다.


허 팀장은 "해보지 않은 혁신프로그램이 없다며 처음에는 시큰등한 반응을 보였던 S사를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재탄생시킨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S사에 직원들의 '참여의식'을 되살리는 데 지도의 초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우선 사장이 맨 앞에서 독려하도록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허 팀장은 또 재료비율이 너무 높아 2년 연속 적자를 낸 충북의 A사의 생산 시스템을 바꿔 지금은 건실한 흑자 기업으로,기술력이 떨어져 부품 가공사업을 영위하는데 그쳤던 D사를 배기가스 저감장치업체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식교육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과외공부를 시키지만 정작 부모는 자식 몰라라 하고 내팽기치면 결과 뻔하다"며 "혁신 활동은 결국 CEO의 전향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았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