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복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린다. 과거 12년간 펀드매니저로 지내면서 오로지 가치투자로 승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말 한투운용이 내놓은 '거꾸로펀드'는 그의 가치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수 움직임에 관계없이 종목의 가치를 보고 투자해 '거꾸로'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펀드는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60%에 육박한다. 올 들어서만 27.9%의 수익률을 냈다. 올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3.1%)을 2배 이상 웃도는 성과다. 이 본부장이 제시한 성공비결은 아주 단순하다. 실적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를 골라 꾸준히 보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도 한때 이 원칙을 지키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4월 말 이후 '차이나 쇼크'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투매하면서 거꾸로펀드에 편입한 종목들이 폭락,설정 이후 6개월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 10%에 육박했다.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빗발쳤고,그때마다 운용 방식을 바꿀까 망설였다. 그러나 시황이나 수급에 의해 저평가된 주식은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확신에서 밀어붙였다. 덕분에 요즘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 이 본부장은 개인들도 가치투자를 할 것을 적극 권유했다. "시황이나 재료를 좇아 단기에 수익을 내려 하면 십중팔구 실패하게 마련"이라며 저평가 종목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가치주를 발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교과서적이다. PER(주가수익비율)와 PBR(주가순자산비율)가 낮은 종목이 그 해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는 분석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가령 똑같이 PER가 낮더라도 시장지배력이 뛰어나거나 수출 경쟁력이 우수하면 프리미엄을 줄 수 있지만,지배구조가 불안하면 가치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PER는 낮은데 PBR가 높다면 자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종목이어서 가치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PER나 PBR가 어느 정도면 저평가됐다고 봐야 할까. 그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화학업종의 경우 대형주의 적정 PER는 10배,중소형주는 8배 정도이며,철강은 7∼8배,음식료는 10∼11배,제약은 8∼10배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요즘 같은 급등장에서도 가치주 투자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거꾸로펀드 신봉자다운 확신이 담겨 있다. "지난 2000년 주당 4천원짜리였던 현대모비스가 지금 6만원대로 15배 이상 올랐다고 팔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아직 저평가가 해소된 게 아니기 때문에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죠.그동안 주가가 오른 이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성장해 PER는 당시보다 높아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본부장은 "가치주가 단기 시황이나 수급 요인에 의해 일시 조정을 받으면 오히려 그때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글=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