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대미 수출급증에 따라 미국 주요 서부 항구들의 병목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내 수입품의 공급차질과 대미수출 해운회사들의 운임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선 대안 항구 찾기에 나서는 한편 미국 서부항의 투자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올해 수입 물동량 14% 증가 예상=미국 서부항 물동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중국과의 교역 급증에 따라 극심한 적체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서부항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MA)는 올해 서부항으로 유입되는 수입 물량이 지난해에 이어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미 서부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 선박들은 부두 적체로 인해 며칠씩 하역작업을 하지 못했고,이에 따라 소매업체들은 제때 물건을 받지 못하며 높은 운송비를 부담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적체 현상이 강력한 부두 노동자 조합,제한된 노동시간,낙후된 기술 등에 따른 것으로,투자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싱가포르 해운회사 넵튠 오리엔트 라인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림은 최근 열린 태평양해운회의에서 "미국항의 화물 적체현상이 올해도 재연될 것 같다"며 "업계와 정부 및 관련 당사자들이 조속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안항 모색=해운회사들은 서부항 적체에 대응,대안 항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해운회사들은 파나마운하를 거쳐 뉴욕이나 서베너(조지아주) 등 동부항으로 운항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파나마 운하의 혼잡을 초래,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멕시코 항구와 시애틀,밴쿠버 등 미 북서부 지역 항구들이 일부 물량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물류난 해소에 역부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건축·엔지니어링 그룹인 JWD의 해운 전문가 톰 워드는 "미국 서부항은 확장 여지가 있지만 부두 노동자의 추가 고용,근무시간 연장,선진기술 채택,선창 공간 활용 극대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두로 이어지는 도로,철도 등 기반 시설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송파생상품 거래 증가=한편 항만 적체 등으로 운송비용이 급증하면서 운송 파생상품인 화물선도계약(FFA)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또 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헤지펀드나 금융회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FFA란 화물운송 비용 변동에 따른 위험성을 헤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파생상품으로,런던 발틱 해운거래소에서 집계되는 운임지수를 기준으로 거래된다. 리서치회사 셀레트는 FFA가 지난해 3백억달러로 70%나 급증했으며,올해도 추가로 7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의 악셀 피에론은 "원자재를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운송비용을 신경써야 하고 이 비용을 관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헤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유를 포함,연간 60억t 이상의 원자재가 선박으로 운송되고 있다. 이는 전체 교역량의 약 90%에 해당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