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0:12
수정2006.04.02 20:15
프로그램 매물이 1,000포인트선에 안착하려는 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선물시장의 베이시스(선물에서 현물을 뺀 값)가 급격하게 악화돼 선물가격이 현물(주식)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 상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물은 3천6백44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순매도 2천4백66억원을 합하면 이틀새 6천억원 넘는 매물이 쏟아진 셈이다.
◆현물 팔아 선물 사는 인덱스펀드
선물 베이시스는 지난달 초부터 백워데이션 상태를 보여왔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2월 초부터 선물시장의 매도량을 키운 데다,연초 이후 현물시장의 상대적 강세로 투자자들이 선물보다는 현물 매매를 선호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백워데이션의 폭이다.
2월 초에는 -0.1 내외(장중 평균 기준)로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2월28일에 -0.2로 나빠지더니 이날은 -0.5까지 떨어졌다.
이는 두 가지 형태의 프로그램 매물 출회를 부추기고 있다.
우선 잠재 매물인 기존 매수차익잔액(선물매도+현물매수)이 청산(선물매수+현물매도)되면서 나오는 매물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여서 장세에 큰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정작 주목되는 것은 인덱스펀드가 선물에서 현물로 전환되면서 나오는 두 번째 형태의 프로그램 매물이다.
인덱스펀드는 지수의 움직임을 좇아가면 되기 때문에 현물과 선물 중 상대적으로 싼 것을 보유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선물이 크게 저평가된 백워데이션 상태에서는 현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선물을 사는 스위칭 매매를 한다.
이날 3천6백억원에 달했던 프로그램 매물 가운데 3분의 1은 이같은 인덱스펀드의 전환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물에서 선물로의 인덱스펀드 전환은 작년 5∼6월 '차이나 쇼크'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백워데이션이 커질 때 발생한 후 8∼9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백워데이션이 더 나빠져 -0.7 밑으로 떨어지면 인덱스펀드의 스위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매물 규모는 최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산고(?)'
전문가들은 이처럼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의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물 만기일(3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아 백워데이션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인덱스펀드의 추가 스위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국인 등의 현물 매수세가 탄탄해 프로그램 매물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에도 지수가 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친 것은 이런 기대감이 증시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서동필 동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프로그램 매물이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원활히 소화될 경우 향후 증시가 반등할 때 프로그램 매수로 되돌아오면서 지수의 상승 탄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