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야속해요."


'석불(石佛)' 이창호 9단의 막판 투혼으로 한국이 농심배 세계바둑 대회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주최 측인 농심에는 이 소식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 중국이 우승했을 경우 한번에 수백억원대의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농심은 이번 대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 9단이 유일하게 남은 한국에 비해 3명의 기사가 버티게 되자 중국내 '바둑 마케팅'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었다. 축구에 버금가는 중국 내 바둑 인기를 감안할 때 세계 유일의 국가 대항 바둑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엄청난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농심 관계자는 "순전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중국이 우승할 경우 최소한 2백억원의 광고효과가 기대됐었다"며 "따라서 아쉬움도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최고의 마케팅 효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짭짤한'소득을 거뒀다. 이 9단과 중국 왕시 5단의 결승 대국이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농심'과 '신라면'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진 것. 농심 관계자는 "중국 마케팅에 국가 대항 바둑대회를 활용한 것은 상당히 적절했다는 게 내부 평가"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을 응원하지만 중국 사업을 생각하면 한번쯤 중국이 우승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96년 상하이 공장 설립과 함께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농심은 현재 3개 공장을 갖고 있으며 올해 중국에서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난 5천5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