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28일 밤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법사위 회의장 주변은 개정안 통과를지지하는 여성의원들과 여성계 관계자들의 환호와 눈물로 일순 뒤덮였다. 방청석에 앉아 개정안 심의과정을 지켜보던 유승희(兪承希) 이계경(李啓卿) 김애실(金愛實) 진수희(陳壽姬) 의원 등 여야 여성의원들과 남윤인숙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 등 여성계 인사들은 법안 통과 직후 서로를 껴안고 악수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들은 회의장을 나와서도 "여성계의 숙원이 풀렸다", "남녀평등 시대로 가는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면서 자축했고 일부는 "호주제 폐지 만세"를 외치며 기쁨의눈물을 흘렸다. 열린우리당 법사위원인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개정안 통과가 확정되자 감격에겨운 듯 앉은 자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도 했다. 특히 여성계의 자축과 환호 속에 법사위를 통과한 민법개정안이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민법개정안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 첫 안건으로 회부돼, 여성계는 당장이라도 축포를 쏘아올릴 기세엿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신분공시제도의 확실한 보완없이 호주제를 먼저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호주제와 상관없는 내용들도 많은 만큼 좀 더 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 의견을 제기하자 법안 처리는 결국 오후로 연기됐다. 오후 10시께 개정안이 전체회의 안건으로 재회부된 뒤에도 `진통'은 계속됐다. 몇몇 야당 의원들이 "신분공시제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뒤 민법개정안과 같이심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전에 이어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했던 것. 이들 `반대파' 의원들은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이 "신분공시제도를 민법개정안과 함께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개정안 의결절차를 밟으려 하자 "고유의가족제도를 바꾸는 일인 만큼 기록에 남겨야 한다"며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그러자 최연희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하고 양당 간사를 법사위원장실로 불러들여여야 합의처리를 위한 막바지 `중재'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10여분간의 정회 끝에도 `반대파'들은 표결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았고결국 표결이 실시된 끝에 찬성 11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개정안은 가결됐다. 이로써 12시간에 걸친 여야간 줄다리기는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이날 민법개정안 심의가 열린 법사위 회의장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방청객과 취재진이 자리를 꽉 메워 `호주제 폐지'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정윤섭기자 south@yna.co.kr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