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자산규모로 각각 2위와 4위인 두 은행 사이에 최근 서로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부쩍 잦아진 것. 두 은행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표면화된 것은 지난 1월 말 우리은행의 상호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소송을 내기로 합의하면서부터.우리은행은 이 사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그 주도세력으로 신한은행을 지목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2월 월례조회에서 "우리은행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것은 '합병을 목전에 둔 은행'이 적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 데 따른 것"이라며 카운터블로를 날린 것. 시중은행 가운데 합병을 앞둔 은행이라고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황 행장이 지칭한 은행이 어느 곳인지는 불문가지였다. 이 발언이 전해진 후 신한은행은 표면적인 대응은 자제했으나 적지않이 당혹스러워했다. 이후 두 은행의 자존심 싸움은 농구 코트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대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 경기에 두 은행은 각각 2천여명의 직원을 동원,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다. 황 행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경기 내내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전에 참여했다. 결과는 우리은행의 승리.그러나 신한 측에서는 "응원전은 신한이 우세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우리은행에 63 대 61 한 골 차로 승리를 내줘 설욕의 기회를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그 다음날인 24일 두 은행은 코트 밖에서 또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신한은행은 3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전에 없이 은행 홍보실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니 비중있게 다뤄 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그런데 1시간 뒤 이번엔 우리은행에서 갑자기 3억달러의 차관단대출에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우리은행은 "당초 예정됐던 것"이라고 밝혔지만 신한 측에서는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차관단 대출의 서명식이 오는 3월2일인데도 미리 보도자료를 낸 것은 신한은행 발표를 의식한 '김빼기 작전'이라는 시각이다. 이처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신 라이벌전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영업현장에서도 두 은행의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