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화가인 이왈종씨(60)와 도윤희씨(44)가 나란히 개인전을 갖는다. 이씨는 5년만에,도씨는 6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3월3일)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3월4일)에서 각각 열린다. "그림에서 골프를 좀 빼시죠?"(박명자 갤러리현대 사장) "안됩니다."(이왈종씨) "너무 화려한데 레드(red)를 줄이면 안됩니까?"(박 사장) "절대 그렇게 못합니다."(이씨) 국내 대표적 화상(畵商)인 박명자 사장과 이왈종씨가 전시를 앞두고 기(氣)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이씨의 완승.박 사장과 이씨는 '화상과 작가' 간에 있었던 설전 한토막을 이처럼 소개했다. 이씨는 물러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작가의 고집을 말릴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슬그머니 양보했던 것 같다. 오기(?)로 그랬는지 몰라도 이씨의 신작 '서귀포 생활의 중도(中道)'시리즈는 이전보다 골프그림이 더 많아졌고 훨씬 화사해졌다. 이씨는 핸디캡 80대 중·초반 실력의 골프광이다. 그린 주변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골퍼들은 물론이고 카트 새 자동차 TV 사슴 크루즈선도 한 화면에 등장한다. 도대체 뭘 보여주려는 걸까. '중도'는 평등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물고기 새 꽃도 인간과 동등한 만물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매화와 붓꽃이 골프장 그린과 어울려 '봄의 환희'를 보여준다.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컬러가 레드"라며 "이는 정열과 희망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는 입체작품도 나온다. 나무판을 파고 색을 칠한 부조판화를 비롯해 케라코타 작품 등 다양하다. 특히 50돈짜리 순금판을 쪼아 만든 춘화(春畵)가 피카소의 에로틱 판화와 함께 전시장 뒤편 '두가헌'에 전시된다. 3월20일까지.(02)734-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