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을 맞아 대학별로 졸업식이 줄을 잇고있는 가운데 행사에 참석하는 남학생들의 체면이 예전같지 않다. 대학마다 단과대는물론 전체 졸업 수석도 대부분 여학생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남학생 수가 여학생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대나 상경대 등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여학생들의 `고공플레이'에 눌려 남학생들은 졸업식에서 고작`참가상(?)'을 받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25일 졸업식을 가진 성균관대의 경우 20개 학부 중 남학생이 단과대 수석을 차지한 경우는 단 7개에 그쳤고, 대학 전체 수석졸업을 생활과학부 여학생에게 넘겨줬다. 전통적으로 남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이 대학의 건축ㆍ조경ㆍ토목공학부와법과대에서도 여학생들이 단대 수석졸업을 차지했다. 서울대는 16개 단과대학 중 법대, 의대 등 11개 단과대에서 여학생이 모두 성적최우수 졸업의 `영예'를 거머쥔 반면 남학생은 5개 단과대에 불과해 체면을 구겼다. 남학생은 그나마 전체 성적 최우수졸업자를 내 구겨졌던 자존심을 `조금' 살렸을 뿐이다. 고려대도 13개 단과대 중 여학생이 수석을 차지한 곳이 8개로 남학생은 공대,의대 등 5개 단과대에서만 체면을 지켰다. 28일 졸업식을 갖는 연세대는 단대나 전체수석을 뽑지는 않지만 성적순으로 최우수학생 19명을 선발한 결과 이중 여학생이 11명이나 돼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파워에 풀이 죽은 모습이다. `여성파워'는 한국외대에서 더욱 두드러져 이 대학 14개 단과대 중 남학생이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은 단과대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여학생이 수적 우위를 보이는 어문계열에서 여학생 수석이 배출되는 것은 일견타당성이 있지만 남학생 숫자가 월등한 법대마저도 수석 자리를 빼앗긴 것은 남학생들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긴 셈. 인근 경희대도 전체 수석은 물론, 의ㆍ약학계열 단과대 최우수졸업을 여학생에게 내줬고, 이밖에 법대ㆍ경영대 수석자리도 모두 여학생이 차지했다. 한국외대 정외과 4학년 한 학생은 "남학생들은 군에 입대하면서 학업리듬이 깨지지만 여학생들은 4년내내 리듬을 이어가며 학업에 열중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항변했다. 이 대학 법학과 4학년 학생도 "남학생들은 입대 전까지 다양한 학업 외적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학업에만 몰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풍당당'을 바라보는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이유있는(?)' 분석과는달리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희대 00학번 한 학생은 "취업이 남학생보다 어려운 상황인 여성들은 누구보다현실을 잘 인식하고 꾸준히 학점관리를 한다"며 "여성 지위가 높아가면서 여학생들이 자극받아 열심히 공부한 대가를 졸업때 가져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한 졸업생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취업에서 불리한 측면이 많아 `오기'로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며 "여학생들이 어학 등에서 남학생보다 소질이뛰어난 부분도 있지만 성적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라고 말했다. 경희대 여학생과의 한 직원은 "요즘 두드러지는 여학생의 우위현상은 과거 남학생들에게 관대했던 관행이 사라진 것과 무관치 않다"며 "군 복학생에게 웬만하면 괜찮은 성적을 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뜻 보기에는 남학생들이 적극적인 것 같지만 여학생 대부분이학업과정에 남학생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대학 해외봉사활동단의70%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jlov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