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적대적 M&A를 어렵게 만들도록 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한 데는 최근 일어난 인터넷회사 라이브도아의 일본방송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996년 홈페이지 제작업체로 출발한 라이브도아는 지난 8일 후지TV의 지주회사인 일본방송 주식 37.85%를 확보,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1954년 설립된 일본방송은 일본 최대 라디오방송국으로 후지산케이그룹의 지주회사이며 현재 후지TV 주식 22.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일본방송의 최대주주가 되면 결국 후지TV의 경영권도 갖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라이브도아의 주식 매입이 알려진 후 각계로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반 주주에게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없이 시간외 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시간외 거래는 허용돼 있지만 경영권 탈취가 가능한 규모의 주식 매입에 대해선 불법인지,합법인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후지TV가 공개 매수 시한인 3월2일까지 일본방송 주식 25%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후지TV는 라이브도아의 주식매집 이전에 일본방송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주식공개매수를 공시한 상태였다. 일본방송 주식의 13.34%를 보유한 후지TV가 25%를 확보하면,라이브도아의 후지TV 경영권 장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상법 규정에 따라 후지TV가 25%를 보유하게 되면 후지TV와 일본방송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을 잃게 돼 라이브도아의 일본방송 주식매입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라이브도아의 적대적 M&A 시도는 내년부터 외국회사도 주식교환을 통해 일본기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자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개정안에서 정관 변경을 통한 합병을 어렵게 한 것도 바로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이브도아의 사례를 계기로 적대적 M&A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오쿠다 히로시 게이단렌 회장은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된다"고 비판한 뒤 "후지TV 경영진도 너무 안일하게 M&A에 대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