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외교관들과 미국 민주당측이 중동과 중앙아시아 전략에 대한 백악관의 방향성 부족을 비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2기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을 강조했으나분석가들과 외교관들은 미국 외교정책이 그런 핵심비전만큼이나 실용주의와 기회주의 경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외교관들과 미국 민주당측은 실제로 북한과 이란 문제의 경우 미국의 전략에 일관성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유럽의 한 고위 관리가 백악관 관리에게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비전이 우방과 적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느냐고 묻자 백악관 관리는 농담처럼 "우리는 원하면 실용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테러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 등 4개 권위주의 정권이 있는 중동을 살펴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지난주 아흐마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의 미국 방문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집트 핵 프로그램의 비밀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이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으나 이 메시지는 이후 계속 희석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각 국가는 자체 속도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시리아와 이란에 대해서는 분명한 강경책을 펴고 있고 특히 라피크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후에는 시리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등 이를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요슈카 피겨 독일 외무장관 등 유럽 고위 관리들은 라이스 장관과 회담에서 그녀가 이란 핵문제에 대한 군사적 선택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전하고 있다. 미국은 또 8개월 간 중단된 북한과의 핵 회담 재개에는 개방적 입장이면서도 이란과 협상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참가하면 이란 정권에 합법성을 줄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델라웨어) 상원의원은 지난주 라이스 장관에게 "나는 우리정책을 이해할 수가 없다. 농담이 아니다.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eure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