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으나 쉽게 오를 수 없는 길.내설악의 깊은 곳의 겨울 백담사로 가는 길이다.


겨우내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이 쌓인 탓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산 아래에서 백담사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셔틀버스도 겨울엔 다니지 않아 산 아래 백담사 매표소에서 절까지 눈쌓인 길을 꼬박 걸어서 올라야 한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매표소에서 절까지 거리는 7km 남짓.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해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을 흘러온 맑은 물이 합쳐지는 백담계곡을 따라 눈길을 걸어오르자면 금세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


백담사로 먹거리를 실어나르는 사륜구동 지프를 위해 흙을 군데군데 뿌려놨지만 길은 여전히 미끄럽다.


하지만 걸어오를수록 깊어지는 백담계곡은 비경 그대로다.


산천은 오로지 눈속에 묻혀 미동도 하지 않는 듯하다.


조심조심 산길을 오르기 두시간.드디어 백담사다.


백담사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백47년)에 자장율사가 세운 고찰.만해 한용운이 출가해 공부하고 '님의 침묵'을 탈고한 만해사상의 고향이자 전두환씨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2년간 은거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백담계곡을 가로지르며 길다랗게 놓인 수심교(修心橋)는 피안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같다.


수심교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백설로 덮인 계곡 바닥에 수많은 돌탑들이 세워져 장관을 이룬다.


모양도,높이도 제각각이지만 돌탑을 쌓던 수많은 사람들의 지순한 마음은 한가지 아니었을까.


봄부터 가을까지 관광객들로 붐비던 백담사 경내는 겨울에야 '절간'같다.


가끔씩 수심교를 오가는 등산객들 외에는 사람 그림자도 찾기가 어렵다.


눈덮인 적묵의 도량에서 하룻밤 묵으며 피안의 세계를 경험해보면 어떨까.


백담사에 머물면서 백담사에선 일반인들의 사찰체험을 위해 하루 1만원의 보시금을 받고 방을 내준다.


백담사에 짐을 풀고 3시간 정도 걸리는 오세암을 당일 코스로 다녀오거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봉정암에서 하룻밤을 자고 와도 좋다.


백담사 인근에는 식당이 없으므로 식사를 하려면 미리 절에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편리하다.


백담사 아래 용대리의 미시령산채(033-462-5733)나 백담황태구이(033-462-5870)에서 산채비빔밥이나 황태구이 등 토속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오는 26일부터 4일간 용대리 황태마을에선 '황태축제'가 열린다.


백담사 종무소 (033)462-6969.


인제군청 홈페이지(www.inje.gangwon.kr)


인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