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가 노조의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마치고 회생했다면 노조의 인사 및 경영권 참여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17일 부도에서 회생한 회사가 노조의 반대에도 회사를 이전한다며 회사측 업무를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노조 간부 이모(35.여)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이씨와 함께 폭력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조원 정모(36.여)씨 등 6명에대해 벌금 10만∼60만원을 선고하고 이모(34.여)씨 등 8명에 대해 선고를 유예하는선처를 했다. 반도체 조립업체인 H사는 1998년 모그룹의 부도로 함께 부도위기에 몰리자 회사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서울공장을 매각하고 시설을 파주공장으로 이전해 운영키로 약정하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영진은 당시 노조에 "회사를 함께 되살리자"며 협조를 구했고 노조 조합원들은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한편 퇴직금 누진제와 병가를 폐지하는 등회사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2000년 8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고 수출실적이 2억달러에 달하는 등 경영이 호전됐다. 이에 회사는 노조원에게 파주공장으로 인사발령을 약속했고 노조원은 파주 근처로 주거지까지 옮겼다. 하지만 이 회사가 그해 다른 그룹에 인수되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경기도 안산시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확장을 시작했으며 약속과는 달리 노조원을 안산공장으로 인사발령했다. 이에 노조원은 사측에 약속불이행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응하지 않고 노조 전임제를 부인하는 노조 방해활동을 하자 이씨 등은 이후 3년간 사측을 상대로 규탄 집회는 물론 수차례 물리적인 충돌을 빚어 사측으로부터 피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자산 매각과 근로자 배치 등 인사.경영권은 단체교섭대상이 아니지만 노조의 노력으로 회사가 살아났기 때문에 사측은 노조에 대해 인사.경영권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 사항에 포함시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은 이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채 오히려 인사발령 약속을 저버리고 추가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신규투자를 감행했고 노조가 이에 물리적으로 반발한 것은 사측의 의무위반행위 때문이므로 범행 동기 및 경위를 참작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산업은행 측이 제기한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