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대 총선 패배 이후 정치활동을 중단한 조순형(趙舜衡) 전 민주당 대표가 15일 모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근자에 대한민국건국의 정통성과 영광스러운 역사를 왜곡,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조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선친 유석 조병옥(趙炳玉)박사의 45주기 추도식에 참석, 유족사를 통해 "선친은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섰고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으며 건국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이런 움직임이 있어서 근본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근본을 둔헌법의 가치 수호에 신명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대표적 야당 지도자이자 우익 인사였던 선친의 넋을 추모하는 자리를 빌려 여권의 과거사 규명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건국 정통성에 대한 `역사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정부의 과거사 규명을 겨냥한 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 얘기이니까 큰 의미를 두지 말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 현 정치권이 고인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대의(大義)정치'를 본받아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조 박사님 같은 헌신적 애국자가 없었다면 우리는오늘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민관식(閔寬植) 조병옥선생기념사업회장은 개식사에서 "후진들이 `개인 보다는 당', `당 보다는 나라'를생각했던 고인의 생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면서 "대의정치를 위한 고인의신념은 지금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이 나라 모든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