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해남에서 무작정 상경한 14세 소년이 38년 후 나스닥 직상장의 신화를 일궈냈다.


온라인게임업체 그라비티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지난 8일(현지시간)은 창업자인 김정률 회장(51)의 꿈이 이뤄지는 날이었다.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를 수출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성취된 것이다.


그라비티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세계 23개 국가에서 '라그나로크'라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이용자는 3천만명에 달한다.


그라비티는 매출의 85%를 해외에서 벌고 있다.


게임강국 일본에서만 매월 15억원씩,세계 각국에서 월평균 6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진출 국가가 30여개국으로 늘어난다. 2000년 4월 창사 후 불과 5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게임업체로는 드문 이런 성공 뒤엔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김 회장의 '개척과 전진'이라는 사업 철학이 숨어 있다.


11일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82년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처음으로 게임기판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남이 안하는 것을 개척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해외시장부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가 온라인게임 업체 설립을 구상했던 99년과는 달리 지금은 온라인게임 업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는 이제 온라인게임의 한계를 넘어설 꿈을 꾸고 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온라인게임업체의 꿈은 이뤘고,이제는 세계적인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미 애니메이션 모바일게임 출판 캐릭터쪽으로는 사업을 시작했고 앞으로 음악 영화 등 다른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올해를 음반 사업 진출의 원년으로 삼을 작정이다.


현재 소속 가수를 섭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실사 영화에 진출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게임에 매달려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 업종에 평생을 바쳐왔지만 그의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전망은 의외로 밝지 않다.


그는 국내 게임 산업이 '아이템 장사'로 망할 것이라고 되풀이해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게임에서 3가지를 철저히 배제해왔다.


폭력 선정성 도박성이 그것이다.


그는 폭력이나 선정성을 내세우면 성공하는 지금의 게임문화를 개탄한다.


김 회장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만화 등 전 문화 영역에서 세계인이 즐기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