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는 달러화 약세와 이라크 전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금융회사들의 이익폭이 크게 늘어난 것도 전체적인 기업실적 호전에 기여한 것으로 지적된다. ◆기업 실적 급증=미국 기업들은 2002년 초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 후 3년간 폭발적 이익 성장세를 이어갔다. S&P500에 속한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2003년 19% 증가한 데 이어 작년에도 20%나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주당 87센트의 순이익으로 최고 실적을 낸 구글 같은 첨단기업과,4분기 18%의 이익상승률을 보인 GE 같은 제조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미국 기업의 이익 총액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0년대 5%였으나 작년 9%로 뛰어올라 7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기업도 마찬가지다. 로열더치셸은 지난해 1백85억달러의 이익을 내 런던증시 상장 기업 중 최고 이익을 냈던 HSBC의 기록을 뛰어 넘었다. 유럽 3대 스포츠웨어 업체인 푸마의 작년 순이익은 44%나 늘어났고,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의 이익도 전년 대비 43% 늘어났다. S&P유럽35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200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나 급증했고 올해에도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상장기업의 지난해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19% 증가,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 투자은행인 UBS는 선진 7개국(G7)의 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적 호전 요인=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선도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노력이 상당한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특히 중국,인도 등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비용을 줄였고 거대한 새 시장도 개척했다. 반면 중국 등의 저임금 노동력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회사 측과 협상에서 불리해진 선진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억제됐다. 미국에서 지난 3년간 기업의 이익은 60% 상승했지만 근로자의 수입은 10%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미국에서는 금융권의 이익 증가가 두드러져 지난 82년 4%였던 금융회사들의 이익률은 작년 40%로 치솟았다. 미국 시가총액에서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0년대 5%에서 최근 25%까지 높아졌다. 이 밖에 기업이 이익을 높이기 위해 회계적으로 활용 가능한 많은 방법을 사용했던 것도 실적 호전의 요인으로 꼽혔다. ◆향후 전망=많은 경제 전문가는 앞으로 2년여간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5%)을 뛰어 넘는 1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GDP 증가율과 비슷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GDP 증가율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경제의 금융업 의존도가 높아 위험 요인이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 전문가 빌 그로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정책으로 은행들이 이익을 봤지만 가계 부채가 늘어난 데다 정부 정책도 금리 인상 쪽으로 바뀌고 있어 금융업은 미국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