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리걸마인드학원은 일본의 대표적인 사설 고시(考試)학원으로 꼽힌다. 도쿄 오사카 등 전국 38개지역에서 사법시험 및 회계사대비 학원을 운영하며 지난해 2백38억엔(2천3백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학원이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을 설립했다. 일본 정부가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교교육 특례법을 제정,교육개혁특구로 정한 도쿄도 지요다구와 오사카시에 영리법인도 대학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마다 곧바로 일반대학을 세웠다. 학원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해 소비자 중심의 교육을 하겠다며 일본 최초로 주식회사 형태의 정규 대학을 만든 것.그동안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학교법인(비영리법인)이 아니면 대학을 만들 수 없었다. 이렇게 출발한 도쿄 리걸마인드대학(도쿄도 지요다구 미사키초)은 '학원+학교'의 장점을 혼합,일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1백%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 학교의 커리큘럼은 △일반교양 △경력개발 기초과목 △자격증 전문과목으로 단순하다. 학생은 전공 구분 없이 입학해 교양·기초과목을 들으며 진로를 결정한 뒤 2∼3학년부터 전문 자격증 공부를 한다. 공무원 변리사 회계사 법무사 등 전문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10개 과정이 리걸마인드대에 개설돼 있다. 학원가의 유명 강사를 동원,국가시험 대비 과목 중심으로 가르친다. 학생 편의를 위해 밤 11시까지 강의가 이어진다. 졸업하면 물론 학사 학위도 받는다. 학장을 겸하고 있는 소리마치 가쓰오 리걸마인드 사장은 "소비자인 학생이 원하는 교육만 제공한다"며 "개교한 지 1년 만에 입학을 문의하는 학생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리걸마인드는 도쿄에서의 성공에 고무돼 올해 삿포로 지바 요코하마 등 8곳으로 캠퍼스를 늘릴 계획이다. 또 오는 4월에는 회계대학원을 설립한다. 일본에는 디지털할리우드 학원이 세운 또 다른 회사 대학인 디지털할리우드대학원대학(석사과정)도 곧 문을 연다. 주식회사 대학은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40개 이상의 회사 대학이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16개 대학은 주요 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아폴로그룹은 인터넷 대학으로 유명한 피닉스대 등 4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모두 85개 캠퍼스에 학생 수는 무려 26만7천9백명이다. 지난 2002년 10억9백만달러였던 아폴로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19억9천8백만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정부도 96년부터 회사 대학을 공식적으로 고등교육기관에 포함시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회사 대학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아직 '비영리법인'만 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 난립에 따른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영리법인의 대학 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명제에 눌려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교육부의 한 간부가 정부 부처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대책 간담회'에서 "전문대학부터 영리법인의 대학 경영 참여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사실이 일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는 온갖 고초를 겪었다.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이 "교육을 돈벌이로 아는 교육부 관료를 당장 파면하라"고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학교 설립에 관한 특별법'에서마저 학교 설립을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는 바람에 대학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강상균 인천자유구역청 교육의료팀장은 "대학은 캠퍼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굳이 큰 돈을 들여 남의 나라에 대학을 짓겠다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김현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