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배송 따라가 보니‥] "경기 풀렸는지 갈비세트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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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아침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2층 검품장.
오전 7시30분부터 택시와 용달차,납품차량 등이 뒤엉켜 좁은 검수대 공간이 아수라장이다.
차를 대는 라인마다 선물세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정 기사님,강남 송파 짐 실으세요.
짐 13개 확인하시고 빨리 출발하세요.
'알바' 장문정씨,빨리 조수석에 타세요.
뒷차 밀리잖아요."
본점 지원담당 정재용 계장은 "빨리 빨리"가 입에 배었다.
일종의 '명절증후군'이다.
정 계장은 명절때마다 배송차량 수배와 배달지역 배정,아르바이트생들의 차량 배정 등을 전담한다.
트렁크와 뒷좌석에 짐을 싣던 모범택시 운전기사 정순정씨(57)가 한마디한다.
"올해는 그래도 설 기분이 나네요.
지난해는 이런 묵직한 한우세트가 없고,수산물이나 청과 일색이었거든요.
값이 많이 나가는 거라 받는 손님도 좋아하겠는데요."
오전 9시30분까지 차량 31대가 검품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31대에 실린 선물세트 수량은 모두 9백13개.
오전이라 막히는 데가 없다.
한남대교를 건너 신사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한 배송차량은 강남구 삼성동 S아파트에서 첫 짐을 부렸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혹한에 알바 장문정양(26)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표를 챙긴 장양이 갈비세트를 들고 아파트 현관으로 뛰었다.
미리 전화를 해 놓은 덕분에 배달은 순조롭게 끝났다.
주인이 없을 경우엔 경비원 아저씨와 실랑이를 해야 하기 때문.
"경비아저씨들 정말 무서워요.
주인이 없을 경우엔 받는 사람 허락을 받아 경비실에 맡기려고 하는데 한사코 안 맡겠다는 경비 아저씨들이 많거든요.
진땀 나지요."
장양은 지난달 2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물세트 택배 알바에 뽑혔다.
지난해 추석 때의 경험과 선천적 미모(?)가 선정 배경이란 게 본인의 설명.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12일간 배달 일을 할 예정이다.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를 돈 차량은 대치동으로 향했다.
은마아파트 후문 인근 우성2차 아파트.신영옥 주부(가명·42)가 반갑게 알바를 맞았다.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한 신씨는 날씨가 보통이 아니라면서 따뜻한 차까지 권했다.
"저도 다음주엔 고향 가야 하는데 최근에는 사회 분위기도 좀 뜨고 해서 시부모님께 좀 괜찮은 선물을 하려고 해요.
비싸긴 하지만 수삼과 더덕을 섞은 혼합세트가 좋겠더라고요."
남은 지역은 역삼동 일대 오피스가와 송파구 방이동 사무실.
사무실은 사장을 비롯 임원들에게 가는 물량이 많아 비서실에 맡기면 된다.
개인 주택보다 배달하기가 한결 수월한 셈이다.
추위에 떤 장양은 긴장이 풀렸는지 달콤한 잠에 빠졌다.
오후 5시30분.본점으로 돌아온 정 기사와 장양은 빠른 걸음으로 전표 접수대를 찾았다.
업무종료 확인 도장을 받기 위해서다.
오늘 정씨는 13만5천원,장양은 3만원을 벌었다.
4일과 5일 대목 피크에 배달 나갈 물량을 실은 트럭들이 쉴새없이 지하 2층으로 밀려 들어왔다.
밖엔 벌써 어둠이 내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볼을 때렸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