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의 940벽'을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까. 2월 첫 증시가 930대에서 급락세를 보이자 이번에도 940벽에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940선은 최근 5년간 한 번도 돌파하지 못한 강력한 저항선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40을 넘어설 경우 한국증시 재평가(re-rating)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며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940선 돌파여부에 따라 증시의 중기 방향이 결정될 것이란 진단이다. ◆5년간 넘지 못한 940의 벽 940은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된 지난 2000년 초반 이후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심리적 저항선이다. 최근 5년 동안 2번이나 940 문턱에서 힘없이 주저앉고 말아 이번이 3번째 시도인 셈이다. 2002년 4월의 경우 400대에서 900대로 거침없이 올랐지만 940을 눈앞에 둔 937을 고점으로 이후 11개월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4월에도 936까지 오르며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지만,'차이나 쇼크' 여파로 불과 10여일 만에 700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940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본격 회복되기도 전에 벌써 전고점 근처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기관투자가에 이어 개인 자금도 증시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수급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940 돌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때마침 출현한 '강세장의 전령' 적삼병(赤三兵)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월초보다 월말 주가가 더 높았다는 뜻이다. 적삼병은 지금까지 5차례 출현했고,그 때마다 주가는 최저 32%에서 최고 1백50%까지 추가 상승했었다. ◆프로그램 매물과 적삼병의 힘겨루기 전문가들은 940 돌파에 무게를 두면서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이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선 연중 최고치로 치솟으며 매물 압박이 커지고 있는 매수차익거래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매수차익잔액은 지난달 31일 현재 1조3천5백88억원으로 10개월래 최고다. 이중 일정부분은 오는 7일의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청산(주식매도+선물매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1일에도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장중 0.1∼0.2 수준으로 낮아지자 1천5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차익거래 매물이 출회되며 낙폭을 키웠다. 아직 낙관할 수 없는 경기전망은 더 큰 걸림돌이다. 내수 경기의 회복 조짐이 아직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940을 손쉽게 돌파한다면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겠지만,실패하거나 잠깐 올랐다가 무너지는 형태가 된다면 조정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학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술적 지표들이 일제히 매수신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상승장은 940을 넘어 955포인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