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電社도 홈 네트워크 제품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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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주부 김미란씨(가명)가 머리맡에 놓인 10인치 크기의 LCD창이 부착된 무선 '홈패드(Homepad)'를 든다.
버튼을 눌러 전등을 켠 뒤 LCD 창을 통해 밤새 들어온 e메일은 물론 '오늘의 날씨'와 미국 증시 상황을 점검한다.
아침식사 메뉴는 빵과 야채수프.전날 인터넷에 접속되는 전자레인지에 야채수프 조리법을 다운로드 받아놓았기 때문에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전자레인지가 알아서 야채수프를 만들어낸다.
출근길.
10분을 걸어 지하철역에 다다를쯤 휴대폰 벨이 울린다.
"아차,가스불을 켜놓고 나왔네." 하지만 김씨는 발걸음을 되돌리지 않는다.
김씨가 휴대폰 버튼을 몇번 누르자 가스밸브를 잠가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미래를 그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홈네트워크란 전등에서부터 TV 냉장고 가스레인지에 이르기까지 가정에 있는 모든 기기를 하나로 묶어 리모컨 휴대폰 홈패드 등을 이용해 집 안팎에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오는 2015년 2백6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황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상용화된 대표적인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지난해 9월 입주가 시작된 대구 수성구 황금동 태왕아너스아파트(4백80가구)에 삼성전자가 설치한 '홈비타'.이 아파트 주민들은 휴대폰으로 집밖에서 가전기기와 가스레인지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거실 벽에 붙은 '월패드(Wallpad)'를 이용해 집안에서 인근 상가에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다.
외부인이 침입을 시도할 경우 현관 안쪽의 마그네틱 센서가 이를 감지해 즉시 경비실과 입주자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홈네트워크 전력선통신(PLC) 규격인 '홈비타 프로토콜(S-Cube)'에는 귀뚜라미보일러 린나이코리아 이건창호 등 2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LG전자의 홈네트워크 브랜드는 2002년 말 선보인 'LG홈넷'.2003년 입주한 서울 장안동 현대아파트와 LG 방배 자이아파트를 시작으로 1만여가구에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LG전자는 특히 지난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제휴를 맺는 한편 자체 홈네트워크 전력선통신 규격인 'LnCP'를 대우일렉트로닉스 한국하니웰 등 10여개 업체와 공유키로 하는 등 홈네트워크 표준화 및 관련 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 가구 수는 매년 21%씩 늘어나 2015년께는 전세계 3억2천9백만가구에 적용될 것"이라며 "전자업계 최대 황금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표준 통합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